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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시키자니 아이가 안쓰럽고

공부를 안 시키자니 그래도 되나 걱정스럽고..

그래, 어차피 해야 한다면 

공부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자!

  

이렇게 해서 아이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집집마다 손맛 따라 적당히 간 맞추듯

내 아이에 맞게, 내 걸음에 맞게

적당히 간 맞춰주세요

맛있는 공부 레시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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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물건이나 상황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인 것 같기도 해요. 결국 행복이란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 의해 같은 상황에서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고마운 마음을 고마운 사람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도 참으로 귀한 성품 같아요. 마음으로만 감사하게 여긴다면 그 마음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인정하고 말과 행동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성품, 감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감사>

 

 

감사

고맙게 생각하고 말로 표현하기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인정하고 말과 행동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 성품의 정의는 '성품훈련 시리즈' 책과 '좋은나무 성품학교'의 설명을 적어놓았습니다. 아래의 책을 참고해 저희 집 아이들에게 해주는 성품 교육을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

언젠가 어딘가에서 들었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주문 세 가지가 있어요.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해주고 있는 세 가지 주문을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세 가지 주문 -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미안한 사람에게 미안하다 말하기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이는데 생각보다 굉장한 효과를 나타내는 정말 강력한 마법의 주문입니다. 아이들은 저 말들은 늘 하는 말이고 어렵지도 않은 말인데 어째서 가장 강력한 주문의 말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ㅎㅎ 아마도.. 저 말들이 어째서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는지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면 그만큼 어른이 되어간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이 세 가지 말이 정말 세상 그 어느 주문보다 강력한 주문인 것 역시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이번 성품은 그 중 하나인 '감사'에 관한 내용인데요. 고맙게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마음을 고마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요. '사랑하다'가 동사인 것 처럼 감사의 마음 역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만 그 마법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 그래서 이번 감사의 성품 놀이는 고마운 마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며 즐겁게 놀아보는 놀이입니다~

 

<감사의 성품 놀이: '김밥말이' 감사 놀이>

ㅎㅎ 이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감사의 김밥 말이 놀이입니다~ 어릴 때 아이들이랑 김밥 말이 놀이 종종 해봤었는데요. 그냥 김밥 말고 놀아도 아주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요~ 그런데 여기 어디에 감사가 들어가는가 살펴보니 무조건 김밥만 마는 게 아니었네요 ㅋ

감사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서 김밥을 말고 김밥을 꾹꾹 눌러주듯이 안마를 해주는 놀이였어요. 저희는 약간 변형해서 차례대로 한 번씩 김밥속이 되기로 하고는 김밥에 말린 사람에게 고마움을 담아 안마하며 각자 김밥속(ㅋㅋ)에게 고마웠던 이야기를 하는 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김밥은 단정하게 돌돌 잘~ 말렸어요 ㅎㅎ 저와 둘째가 꾹꾹 눌러서 안마해주며 첫째에게 고마웠던 일들을 이야기 해줬어요. 늘 의젓하게 자기 할 일 알아서 하고 동생까지 챙기는 기특한 누나입니다. 아무래도 동생에게 양보할 일이 많아서 힘들텐데 가끔 투덜대기도 하지만 대체로 착한 누나에요 ^^

둘째 김밥은 어쩐지 어설픈 애벌레 같은 느낌입니다아~ 안마를 해주는데 간지럽다고 김밥이 몸부림쳐서 웃다가 끝날 뻔 했습니다 ㅋㅋㅋ 워낙 잘 하는 누나가 있어서 그 아래 동생으로 사는 것도 힘들겠더라구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넘사벽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자기 몫을 열심히 해내며 누나가 하는 걸 다 따라하고 싶어하는 누나 바라기 동생입니다 ^^

사실 아이들 김밥에 말아주는 놀이하고 끝내려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저보고 누우라고 하는 바람에 저도 김밥 말렸습니다 ㅋㅋㅋ 신이 나서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는데요.  ... 차마 공개할 수 없는 할로윈에 어울리는 공포컷이 찍혀버렸;;; 어흑 ㅠㅠㅠㅠ 그치만 아이들의 마음은 기특해서 커다란 스티커 하나 붙여서 사진 올려봅니다; 조그만 손으로 안마해주면서 좋은 엄마가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감동이었습니다 ^^

 

<지금까지 한 성품 교육>

[성품 교육] 경청에 대하여

[성품 교육] 창의성에 대하여

[성품 교육] 열심에 대하여 (Feat. 상장 만들기)

[성품 교육] 인내에 대하여

[성품 교육] 만족에 대하여

[성품교육] 순종에 대하여

[성품 교육] 지혜에 대하여

[성품 교육] 인정에 대하여 (Feat. 초코파이 광고 모음ㅋ) 

 

ㅎㅎ 이렇게 성품교육 하다보면 애들이 가끔 성품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어느 날 둘째가 무언가 말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갑자기 끼어드니 둘째가 그러더라구요. "누나! 경청해야지!" 어.. 그 때 한 번은 맞는 말이긴 했는데요. 누나가 수긍하니 재미들린 둘째가 상대방이 말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중간에 끼어들면 경청 어택(;;)으로 말을 막아버렸;;;; 으음.. 경청은 그러라고 가르쳐준 게 아니라며 다시 잡기는 했는데 성품 교육, 이것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아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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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다니는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3단원 원에 관한 수행평가를 볼 예정이라고 해서 함께 원에 대해 살펴봤어요~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접들을 모아놓은 것인데요. 이야기를 하다가 다각형이 꼭지점 개수가 많아지면 점점 원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함께 만들어봤습니다 ㅎㅎ 오늘도 즐거운 낚시질 시작해볼까요? ^^

 

일단 색종이를 접어서 잘라보기로 했어요. 중심점을 기준으로 세번 접어서 저 위치를 잘라주면 팔각형이 만들어져요~

한 번 더 접어서 자르면 16각형이 만들어지는데 보다 원모양에 가까워집니다~

헉;; ㅋㅋㅋㅋㅋㅋ 잘못 자르면 원과 비슷한 다각형이 아니라 이런 개성 만점의 정체 모를 도형이 나오기도 합니다~ 개나리꽃이 만들어졌네요 ㅋㅋㅋ

색종이 하나를 더 꺼내서 아까 접었던 것보다 한 번 더 접어서 잘라줍니다! 이제는 종이가 제법 두꺼워져서 더 접기는 힘들 것 같아요 ㅎ

짜잔~ 자른 다음 펼쳐보니 진짜 원에 가까운 다각형이 만들어졌어요! 이제 지금까지 만들어본 다각형들을 차례로 펼쳐봅니다 ㅎㅎ

왼쪽부터 점차 팔각형이 꼭지점 개수가 두 배씩 늘어나면서 원모양에 가까워지는 게 보이지요? ㅎㅎ 마지막 개나리는 그냥 귀여워서 붙여줬어요~ 실수는 늘 재미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언제나 대환영이에요~ ^^

이제는 컴퍼스로 제대로 원을 그려봅니다~ 생각보다 컴퍼스 제대로 쓰는게 쉽지 않다고 하네요. 아이가 원 그리는 게 힘들어서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여쭤봤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컴퍼스로 원을 잘 그릴 수 있는지요. 선생님께서는 많이 연습해보면 된다고 하셨답니다~ ㅋㅋㅋㅋ 정답이죠! 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 컴퍼스를 이용해 원을 그리는 원리를 배웠다면, 그것을 잘 하려면 여러번 연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초등 3학년 2학기 3단원 원. 연계자료>

- e학습터 동영상 자료 -

https://cls.edunet.net/cyber/ss/sccb/pscc000b00.do

역시 이번에도 e학습터에는 딱맞는 자료만 골라서 보여줍니다 ㅎㅎ 뭐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겹칠 수도 있으니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골라서 보여줘도 될 것 같아요. 집에서는 재밌으라고 보여주는 중이니 이걸 꼭 다 보게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니까요 ^^

 

- 에듀넷 자료 -

http://www.edunet.net/nedu/contsvc/subjectForm.do?menu_id=2#2

에듀넷에도 자료가 참 많아요~ 이 중 아이와 재미나게 보기 좋은 자료는 외부자료에 많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역시나 재미난 것만 골라서 보고, 보고 싶은 게 없는 날은 건너뜁니다~

 

- Asap Science, The Pi Song (Memorize 100 Digits Of π) -

https://www.youtube.com/watch?v=3HRkKznJoZA

이 노래도 재밌습니다! 파이를 소숫점 100자리까지 알려주는 노래에요 ㅎㅎ 수학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고 그저 재미로 보는 노래라 흥미유발용으로 좋습니다 ㅋㅋㅋ 은근히 노래와 영상이 재미나서 좋아해요 ^^

 

- Math Antics - Circles, What Is PI? -

https://www.youtube.com/watch?v=cC0fZ_lkFpQ

원에 대해 알려주는 또다른 동영상인데 이것도 꽤나 괜찮네요! 원 말고도 수학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 다루는 유튜브 채널 같아요. 오오~ 원 관련 자료 찾다가 덕분에 또 재미나고 유익한 유튜브 채널 하나 건졌습니다! 요거 아이들과 종종 봐야겠어요 ^^

 

 

이렇게 흥미유발 당한(?;) 첫째 아이는 세상에서 원이 가장 멋진 도형이래요 ㅎㅎ 두 번째로 멋진 도형은 삼각형이라는군요. 도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학교에서 배울테니 지금은 도형을 즐겁게 생각하는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

 

 

ps. 찹쌀떡이 원모양으로 자고 있어요 ㅋㅋㅋ

저희 집에 살고 있는 찹쌀떡 한 마리가 원모양으로 자고 있습니다 ㅋㅋㅋ 우리 원모양 찹쌀떡의 이름은 코델리아랍니다~ 귀까지 딱 붙이고 제대로 원 되었네요! 아.. 살이 쪄서 좀 타원일까요? ^^; 에이.. 그래도 열심히 둥글게 말고 있으니 원이라고 봐줘야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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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책, 골든아워. 서점에서 보자마자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 들어가면서는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더군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작가 흉내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는 접으며 보는데요. 이 책은 한 번 읽고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접지 않고 가방에 있던 전단지 조각을 중간 중간 괜찮은 내용 나오는 페이지에 끼워넣었습니다. 어차피 좋은 문장은 얼마 되지도 않을테고, 그런 문장 몇 개 독서노트에 끄적인 다음에는 미련 없이 팔아치울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랬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많아져 거의 보름이나 지나서야 겨우 정리해서 독서노트를 마무리했습니다. 혼자서 끌어안고 있을 수 없었던 골든아워, 이 책은 모두가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골든아워>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독서노트에 있는 내용 그대로 옮겨와서 경어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칼의 노래김훈 선생님의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던가. 자기도 모르게 그 비슷한 문체가 흘러나오게 되었다는 서문을 읽어서 그랬던가. 초반의 글은 어색하고도 민망한 느낌이 있었다. 외과의사가 작가의 탈을 쓰고 어쭙지 않은 문장으로 문장가의 흉내를 내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서문에 나온 김훈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의사의 글쓰기와 전문 작가의 글쓰기는 다를 수 밖에 없다하지만 초반의 글은 전문작가의 문장을 흉내 내느라 어색해져서 글쓴이의 진심이, 진짜 상황이 충분히 녹아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중간부터 글쓴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술 도구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나열하며 그에 대한 느낌을 말하면서부터였던가. 점차 작가의 문체가 들떠 있는 느낌이 사라지고 진짜 이야기로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초반의 이야기에서는 글쓴이가 그저 밥벌이로 이 길을 택했음을, 타인에 의해 아직 정리되지 않았으므로 그저 계속할 뿐이라는 그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증외상이라는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분야에 투신한 그가 드라마처럼 멋진 사명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었는데, 단순히 밥벌이로 이리 저리 가다 그쪽을 전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대한 실망감. 그에 대한 반감이 공연한 문체에 대한 시비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살아오면서 나는 있어야 할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고, 분수에 넘치는 끼니를 원한 적이 없다. 빈 그릇에 채워지는 것을 채워지는 대로 먹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밥을 벌어먹는 것만으로도 허덕였다. 어쩌면 나의 허기는 밥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끼니를 채워도 가시지 않는지도 몰랐다.

 

(골든아워1. p425)

 

 

그랬구나. 사실은 그저 밥벌이가 아니었던 거다. 그저 누군가 끝내 주지 않기에 했던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있는 힘껏 해봐도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해주는 방어기제 보호막을 치기 위해 이건 밥벌이라고 계속 되뇌었는지도 모른다. 일생의 사명을 못 이루어 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애써 이건 그저 어쩔 수 없이 하는 밥벌이라는 가짜 변명으로 덮어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밥벌이라면 밥을 먹으면 그만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끼니를 채워도 가시지 않는 허기, 바로 그 허기는 대한민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중증외상센터를 세우고 싶다는 꿈, 그리하여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죽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는 바로 그 꿈에 대한 허기였을 것이다.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에서 한국에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기. 글쓴이 전에 딱 한 명이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도저히 그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접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남긴 화석 같은 진료 기록이 있어서 다시 한번 중증외상센터를 세워보려고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진행형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세우지는 못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에 시도한 기록을 화석처럼 남긴다면, 먼 훗날 누군가는 정말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읽었다.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가 떠올랐다. 여왕개미의 첫 일개미. 맨 처음 여왕개미가 혼자 새로운 개미집을 짓기 위해 정착했을 때, 여왕개미는 움직일 수 없어서 자기가 낳은 알을 먹었다. 그래서 체력을 회복한 후 낳은 알 중 하나의 알만 골라 키우고 나머지 알을 먹여서 키워 애벌레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애벌레도 도저히 더 키울 수 없어 다시 먹어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체력이 더 보강된 여왕개미는 새롭게 알을 낳으며 다시 한 번 하나의 알을 키우기 위해 나머지 알들로 그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먹이며 드디어 첫 일개미를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첫 일개미는 비록 간신히 일개미로 성장한 셈이라 비실거리는 개미였지만 여왕개미를 위해 먹이를 나를 수 있는 진짜 일개미였다. 그 덕분에 먹이를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된 여왕개미는 이제 건강한 알을 낳아 건강한 일개미를 키워낼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새로운 개미 왕국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어쩌면 글쓴이는 여왕개미가 키우는 중인 첫 일개미인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에 중증외상센터라는 전에 없던 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 키워지는 중인 일개미. 아니, 아직 제대로 된 개미는 태어나지 않았으니 애벌레인가. 수많은 희생과 노력 속에 간신히 자라나고는 있지만 아직 비실거리는 개미로도 키워지지 못한 애벌레. 이번에는 결국 먹혀버리고 먼 훗날 화석 같은 진료 기록을 가지고 또 다른 일개미가 다시 도전을 해야만 하게 될지, 혹은 이번에는 비실거리지만 확실한 일개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도 더 진행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헬리콥터는 바람과 함께 주위 모든 것들을 깎아내며 그 반동으로 솟아오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고정익 기체와 달리 글라이더 비행이 불가하므로 힘들어도 버텨서 항력을 얻지 못하면 곧장 추락한다. 어쩌면 나도 중증외상센터도 헬리콥터가 바람을 깎아 나아가듯, 내 동료들을 깎아가며 여기까지 밀어붙여왔는지도 모른다.

 

(골든아워2. p300)

 

 

 

시스템의 부재는 개인의 희생을 부른다. 공적인 사업이 필요한 것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증외상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구역만을 대상으로 하면 발생빈도가 낮거나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인력과 기술, 자원이 집약적으로 모여있어야만 사람을 살리 수 있는 구조. 그것을 대비해 시설과 인력을 확충해놓는 것은 개인이나 사적인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중증외상센터는 공적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없는 중에 오로지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버텨나가는 중인 것 같다. 헬리콥터를 띄우기 위해 깎여나가는 바람처럼 중증외상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무수한 땀과 눈물들이 깎여나가는 중인 것이다. 중증외상센터도,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시스템 자체의 오류를 지닌 채 개인의 희생으로 기름칠 치며 삐걱거리고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헬리콥터 소음에 관한 민원이 나온 부분에서는 부끄러웠다. 그리고 화도 났다. 사실 오밤중에 헬기 소리가 나면 당연히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 시간 당장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렇게 민원을 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제대로 홍보가 필요한 일이었다. 일 분 일 초가 급한 응급 환자를 이송할 때 헬기 소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홍보그나마 이번에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책이 나와서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타인의 생명과 직결된 일에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소음은 싫지만 타당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오밤중에 헬리콥터 소리가 나면 무작정 투덜거렸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이 고맙다. 그런데 이건 공적으로 중증외상센터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글쓴이 개인이 낸 책일 뿐이다. 결국 알리는 일을 또 개인이 했다는 점에서 또다시 시스템의 부재가 느껴진다. .. 국민의 의식의 변화를 위한 홍보와 교육도 또다시 개인이 했구나. 시스템의 부재가 시리도록 춥게 다가온다.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골든아워 1권 책 표지에 쓰여있는 문장이다. 멋지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있을까. 처음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건 어쩐지 의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의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글쓴이의 상황이 의사로서 일반적으로 겪는 상황도 아니고, 아직도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시스템을 만드는 미완의 이야기는 동기 부여에 적합한 이야기도 아니니까.

 

다만 의사를 꿈꾸는 아이들 말고 이 책은 그냥 모두가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비록 중증외상센터 말고도 손봐야 할 일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그래도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을 죽지 않도록 하는 일,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은 우리 사회가 먼저 팔 걷고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애벌레에서 제대로 된 일개미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이 화석이 되지 않기를.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 부디 끝까지 완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응원한다.

 

 

 

 

ps.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 자의 최후...

 

 

 

... 페이지를 접지 않고 곱게 본 다음 최상급 중고책으로 팔아버린다는 계획 덕분에 전단지 조각을 페이지 사이 사이에 넣었는데요. 1권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 책에 푹 빠져버려서 점점 필요한 전단지 수가 늘어나버렸어요; 결국 책의 표지에 둘러진 띠도 사용하고 휴지(;;)도 넣었다가 나중에는 인덱스까지 붙여버려서 만신창이가 된 2권입니다 ㅠㅠ 에효... 결국 페이지 하나도 안 접고 끝까지 보긴 봤는데요. 안 팔고 소장본으로 가지고 있기로 계획이 변경되어 최상급 중고도서 판매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하하 ^^;

 

 

 

<책 속 문장 정리>

 

 

골든아워1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

 

45.

지도교수였던 외과 과장이 나를 불러 병원 내 신설되는 분과인 '외상외과'를 권했다. 외상외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단 과장의 권유에 따랐다. 큰 수술은 성취감이 컸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외상외과를 선택했다.

 

61-2.

나는 일해서 돈을 벌었고 일을 해서 돈을 잃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상외과'라는 말도 안 되는 부서를 지키고 선 스스로가 무력했다.

 

... 다른 대안이 있다면 도망쳤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밥벌이의 무게가 내 발목을 잡았다.

 

71.

나는 스스로 직장을 물러난다는 무의미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조직에서 나를 내치지 않는 한, 스스로를 깎아 먹고 갉아먹으며 버티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가장 좋은 것은 타의에 의해 잘려나가는 것뿐이라고, 수술방에 들어서며 나는 생각했다.

 

 

424-5.

- 밥 벌어먹고 살게 되었으면 돈 욕심은 더 내지 마라.

 

...

 

어머니의 답은 어머니처럼 곧았다. 살아오면서 나는 있어야 할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고, 분수에 넘치는 끼니를 원한 적이 없다. 빈 그릇에 채워지는 것을 채워지는 대로 먹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밥을 벌어먹는 것만으로도 허덕였다. 어쩌면 나의 허기는 밥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끼니를 채워도 가시지 않는지도 몰랐다.

 

 

 

 

 

 

골든아워2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도

왜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

 

59.

 그러나 나는 갈수록 보람보다 부담이 더 커져갔다. 외상외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의 최종 희생자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거의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젊은 환자는 연인과 행복해 보였으나, 외상외과 의료진은 강도 높은 노동 현실에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민족의 명절 좋아하시네.....

 습관성 멘트처럼 나도는 '민족의 명절'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뇌까렸다. 사방에서 떠드는 '민족'이나 '국민' 안에 나나 우리 팀원들은 속하지 않았다. 분명히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70.

- 아니, 목포에 공항도 있지 않습니까? 바다를 수색해야 할 우리가 왜 산악지대까지 갑니까?

 서신철이 씁쓸하게 말했다.

- 행정 절차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배가 가라앉고 사람들의 생사 또한 알 수 없는 판국임에도 복잡한 행정 절차만은 견고하게 잘 유지됐다. '나만 급한 모양인가. 나라 꼴 참 잘 돌아가는구나.' 나는 입으로 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106-7.

한국 사회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용기가 없었고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같고, 잘못 건드리면 바스러질 얇은 유리잔과 같았다. 거부당하는 결재 사안들 하나하나가 모두 센터 운영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 걸맞은 인사가 되지 못했다.

 

151.

해군과 해병들이 교두보를 확보하는 단계이든,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 교두보를 만드는 작업이든 모두 엄청난 희생을 담보로 한다. 나는 그 지난한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돌아보면, 모르는 척 덮지 못하고 파고들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은 결국 내 선택에서 기인했다. 지금까지의 많은 일들이 그러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내 모습이 때로는 나조차도 부담스러웠다. 외상외과 의사로서 내 원칙을 버리지 못했고, 다른 길은 알지 못해서 스스로를 진창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나는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

 

195.

- 저를 포함한 외상센터 팀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그렇게 깊게 헤아려야 하는 소방공직자 신분이 아닙니다. 그래도 헬리콥터를 이용한 의료진 투입이 환자를 살리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워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겁니다.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출동하는 것에 대해 소방방재청을 비롯한 국가로부터 어떤 금전적인 보상도 받고 있지 않습니다. 학문적으로 분명히 옳기 때문에 할 뿐입니다.

 

231.

.. 나는 그 병원에서 주장하는 대로 그쪽으로는 비행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그날 이후 혈압이 낮아 위독한 환자들이 그 병원에서 앰뷸런스로 실려 오다 사망하곤 했다. 나는 숨을 잃고 싸늘하게 식어서 오는 환자들을 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죽음은 익숙한 것이고, 그 죽음은 내게서 비롯되지 않았다. 그 죽음을 삶으로 치환할 단초를 밀어낸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온기를 잃어가는 시신 앞에서 그보다 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281-2.

 대부분의 정당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고들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직원 고용 수준은 영미권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적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과로로 쓰러져나갔다. 수술방의 모든 의료진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피를 뒤집어썼다. 전담간호사들이 다치거나 유산해 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 현실은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무슨 이유로 희생을 기본값으로 감수해야만 하는가. 거대 담론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한국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고, 그 안에서 각자도생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 사회는 영화 <매트릭스>와 흡사하고, 사회가 움직이는 시스템의 근간은 모르는 채 사는 것이 좋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일부 '선수'들만이 그런 시스템을 이용해 개인의 이윤을 극대화할 뿐이다. 나는 이 사회 안에서 평범하게 자영업자로서의 의사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주제넘게 시스템에 접근한 탓에 바싹 타들어가고 있었다.

 

292.

북한군이나 해외 망명자들의 인권에 대한 고민 가운데 100분의 1만큼이라도 피바다 속에서 환자와 함께 신음하는 의료진을 생각한다면, 정책이 이따위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잘 자는 사람들의 책상에서 결정되는 정책에 따라, 24시간 쉼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현실에 신물이 났다.

 

298.

내가 사라지면 쏟아져 내릴 낙하산들을 생각했다. 한두 해의 잘못된 인사면 이 건물도 더 이상 외상센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지금껏 허상을 지어 온 셈이다. 몸이 부서지도록 일해서 15년 넘게 쌓아온 일들이 사상누각이었다.

 

...

 

언제부턴가 나는 보직교수들이 중증외상센터가 적자의 주범이자 병원 내 감염의 주범, 병원 구성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헬리콥터 소음의 주범임을 지적할 때마다 해명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그러한 사안들이 불만이면 공식적으로 정리해달라고 답변했을 뿐이다.

 

299.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중증외상센터의 세계적인 표준을 한국에 심어보고 싶었다.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가 문을 닫고 한국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이 종료되고 나서도, 다음 세대 의사들 중 누군가가 다시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보려 할 수도 있다. 그때를 위해 우리가 남겨놓은 진료 기록들이 화석같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

 

 이만하면 된 것 같았다. 세계적 표준을 따라가는 '최상위 중증외상센터'의 진료기록을 만들어 남기는 일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밀려왔다.

- 어차피 처음부터 지속가능성은 없던 일이었잖아요.

 

300.

헬리콥터는 바람과 함께 주위 모든 것들을 깎아내며 그 반동으로 솟아오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고정익 기체와 달리 글라이더 비행이 불가하므로 힘들어도 버텨서 항력을 얻지 못하면 곧장 추락한다. 어쩌면 나도 중증외상센터도 헬리콥터가 바람을 깎아 나아가듯, 내 동료들을 깎아가며 여기까지 밀어붙여왔는지도 모른다.

 

309.

..의료용 헬리콥터는 착륙장을 못 찾아 헤메는데, 경기도의 수많은 시청과 구청 등에서는 착륙을 거부했다. 잔디가 망가지거나 죽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군에서 발생한 환자를 구하러 출동했을 때, 오로지 창원시청만이 선뜻 청사 앞 잔디밭을 개방해주었다. 대부분의 학교들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이유로 헬리콥터 착륙을 거부했다. 선진국에서는 이 모든 장소가 의료용 헬리콥터 착륙장 1순위로 꼽히는 곳들이었다.

 

...

 

'지금 민원이 빗발치고 있으니 소음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새벽에 민원을 넣는 사람이나, 책상 앞에 앉아서 목숨 걸고 출동하는 우리에게 민원을 전달해 사기를 꺾는 자들이나 모두 경악스러웠다.

 

310.

색마저 바랜, 변형된 플라스틱 용기들을 모두 버렸다. 유리로 만들어진 몇 개의 용기만이 온전히 남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제 그릇에 따라 견디기도 하고 폐기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견디느냐 견디지 못하느냐는 제 역량에 달렸다. 설거지를 마치고 포개놓은 그릇들을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내 그릇의 크기에 비춰볼 때 너무 많이 와버렸다.

 

312-3.

불 꺼진 허 위원의 연구실처럼 우리 외상센터도 아무 자취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우리가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모든 것이 허상일 뿐이어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지금껏 터져 나온 문제점들이 정치권의 결정이나, 행정부의 공문, 병원 보직자의 사인으로 이어질 때, 우리의 모든 것은 깡그리 날아갈 것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좇아 온 것은 결국 신기루였다.

 

...

 

- 야 인마,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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