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화에 보면 죽은 사람을 살리는 환생꽃 이야기가 제법 나와요. 바리데기 공주님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 혼살이꽃으로 살려냈었죠. 이 꽃들 말고도 신기한 효능이 있는 꽃들이 잔뜩 피어있는 곳이 바로 서천꽃밭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꽃들을 지키려고 서천꽃밭 꽃감관이라는 직책이 있다죠. 여기 꽃감관님 이름이 엄청 길고 재밌어요! 바로 신산만산할락궁이~ ㅋㅋㅋㅋ 이거 이 이야기를 잠자리 책읽기 시간에 읽어줬다가 애들이 이름 듣고 빵터져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잠 다 깨웠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
요즘 재연재되고 있는 신과함께 웹툰 보다보니 신산만산할락궁이 꽃감관님 아버님이자 이전 꽃감관이신 사라도령 이야기가 나와서요. 오늘은 서천꽃밭 꽃감관 사라도령과 신산만산할락궁이 이야기 소개해볼게요 ^^
<서천꽃밭 꽃감관 신산만산할락궁이>
옛날에 어느 마을에 김진국과 원진국이라는 사람이 살았대요. 김진국은 너무 가난하고 원진국은 엄청난 부자였다죠. 재산은 이렇게 다른데 둘 다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는 것은 똑같았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날 이 마을에 스님이 한 분 오십니다. 그래서 두 집에 들러서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동쪽 산너머 동개남상주절에 가서 석 달 열흘 동안 공을 드리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성을 다하면 자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와.. 석달 열흘이면 백일인데요. 예전에 아이들 어릴 때 맘스 다이어리라고 백일동안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면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었는데요. 말로 할 때는 쉽지만 백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라구요 ㅠㅠ 아무튼! 석달 열흘 동안 정말로 둘 다 열심히 공을 들여서 김진국은 아들을 낳고 원진국은 딸을 낳았다고 해요. 그래서 그 아들은 사라도령, 딸은 원강아미라고 이름 지었다는군요.
둘은 아들 딸이 열다섯 살이 되면 혼인을 시키기로 약속을 했대요. 사라도령과 원강아미는 둘 다 멋지고 예쁘게 자라서 드디어 열다섯 살이 되어 결혼을 했는데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했답니다 ^^
그런데 1년 정도 알콩달콩 둘이 잘 살고 있는데 하늘에서 옥황상제의 차사가 편지 한 장을 가지고 왔대요. 바로 서천꽃밭 꽃감관 자리가 비었으니 사라도령에게 당장 올라와 꽃감관 벼슬을 받으라는 편지였죠. 어쩔 수 없이 먼 길 떠날 채비를 하는데 원강아미가 같이 따라가겠다고 해요. 사라도령이 홀몸도 아니니 같이 갈 수 없다며 말렸지만 원강아미가 꼭 같이 가야한다고 해서 둘은 함께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 길은 엄청나게 멀어서 가는 동안 원강아미는 점차 배도 불러오고 몇달 후에는 더이상 걸을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그 때 마침 지나가던 나뭇꾼에게 산 아래 동네에 굉장한 부자인 자현장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자 원강아미는 사라도령에게 더이상 걸을 수가 없으니 자기를 그 부잣집에 종으로 팔아서 자기는 여기에서 묵고, 사라도령은 그 돈으로 노잣돈 쓰면 좋겠다고 해요 ㅠㅠ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펄쩍 뛰는 사라도령을 설득해서 원강아미와 뱃속의 아기는 결국 자현장자네 집에 팔려가기로 합니다. 그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자현장자가 세 딸을 불러서 그 종을 살지 말지 물어보는데요. 첫째딸과 둘째딸은 사지 말라고 하는데 착한 셋째딸만 사자고 합니다. 자현장자는 그 얘기를 듣고 원강아미를 사지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별할 시간이에요 ㅠㅠ 헤어지면서 원강아미가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사라도령이 아들이면 신산만산할락궁이, 딸이면 신산만산할락덕이라고 지어달라고 합니다. 악ㅋㅋㅋㅋㅋㅋ 이름 듣고 잠이 확 깨서 저희 아이들이 벌떡 일어났는데, 바로 사라도령의 네이밍 센스가 만들어낸 작품이었군요! ㅋㅋㅋㅋㅋ
어쨌든 이제 사라도령은 증표로 명주실 한 꾸러미와 얼레빗 한짝을 아내에게 주고 서천꽃밭을 향해 떠나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천꽃밭 꽃감관이 되었나봐요 ㅎㅎ
신과함께 웹툰 신화편에 등장하는 서천꽃밭 꽃감관 사라도령입니다~ 웹툰에 있는 장면 조금 따왔어요 ㅎㅎ 아래 조그만 글씨로 저승편 꽃감관인 할락궁이의 아버지라고 나옵니다. 할락궁이? 아~ 아마도 신산만산할락궁이의 애칭인가봅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사라도령은 떠나고 이제 원강아미만 남았는데요. 자현장자네 집 밖에 움막을 하나 짓고 거기에 살면서 원강아미는 그 집 종이 되어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자현장자가 원강아미를 찾아와서 자기 둘째 부인이 되라고 해요 ㅠㅠ 그러자 원강아미는 이곳 풍습은 어떤지 모르지만 자기 살던 곳에서는 뱃속에 든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남의 아내가 될 수 없다고 거절하죠
얼마 뒤 원강아미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어요! 그래서 이름을 신산만산할락궁이라고 지었고 정성을 다해 키웠죠. 그런데 자현장자가 또 찾아와서 다시 자기 둘째 아내가 되라고 해요 ㅠㅠ 그러자 원강아미는 다시 자기네 동네에서는 태어난 아기가 다 클 때 까지는 그럴 수 없다고 해요.
어느새 신산만산할락궁이는 쑥쑥 자라서 벌써 다 커버렸어요. 그러자 자현장자가 다시 찾아와 자기 둘째 부인이 되라고 합니다 ㅠㅠ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원강아미가 주인과 종 사이는 부모 자식 사이와 같은데 어찌 자식으로 아내를 삼으려 하냐면서 절대 안된다고 해요. 그러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자현장자가 원강아미를 죽이려고 합니다 ㅠㅠ 그 때 착한 막내딸이 아버지를 말려요. 죽이면 아무런 이득이 없으니 차라리 살려두고 일을 많이 시키라구요. 그래서 이때부터 원강아미와 신산만산할락궁이에게 온갖 어려운 일들을 시키게 됩니다 ㅠㅠ
웹툰에서 사라도령이 이승에서 굉장히 안좋은 일을 겪은 것처럼 나오는데요 ㅠㅠ 음.. 아마도 원강아미와 신산만산할락궁이에게 자현장자가 한 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뭐.. 우리 신화는 구전이 되어 내려오는 거라 지역마다도 다르고, 제가 참고했던 책도 그 중에서 내용을 뽑아 재구성 한 거라 웹툰에서 소개할 이야기와는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 하지만 사라도령이 신산만산할락궁이의 아버지이고, 이승에서 힘든 고난을 겪게 된다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에구구.. 우리 신화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다 올리려니 저도 힘들고 읽어주시는 분들도 힘드신 것 같아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고 다음에 뒷 이야기 올려볼게요~
출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제가 소개하는 우리 나라 신화는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간추려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이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치 판소리 대사 같은 맛깔난 문장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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