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화에 대해 한번 정리해서 올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하나 올려봅니다 ^^ 바로 을화, 무녀도에 나오는 오구굿의 주인공 바리데기 공주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지난 번에 '신과 함께' 영화에 나왔던 강림도령 이야기 소개할 때 말씀드렸던 그 책이에요 (신과 함께 - 우리나라 신화 이야기) 구전으로 내려오는 여러 가지 우리 나라 신화 이야기가 쓰여 있는데요. 재미있게 구전으로 듣는 것 같은 말투로 쓰여 있어서 우리나라 신화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온 우리나라 신화 몇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길고 긴 이야기들을 약간 간추려서 적어볼 텐데요. 아무래도 원문이 궁금하시면 저 책 한번 직접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좋은 책 같아서 혼자 제 돈 주고 산 책 광고하고 있어요! 아무 관련 없는 독자 하나가 신나서 광고하고 있다는 걸 저 출판사나 작가님을 알고 계실까요? 아마 모르실 듯 ㅋㅋㅋㅋ 뭐 어쨌든 아무런 대가도 없지만 우리나라 신화가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오구신 바리데기>
옛날 삼나라에 오구대왕님이 살았는데 길대아기씨와 결혼을 하기로 했대요. 그런데 점쟁이가 지금 혼례를 올리면 딸 일곱을 낳고 기다렸다 내년에 결혼하면 아들 일곱을 낳을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웃어넘기고 내년까지 못 기다리겠다면서 바로 결혼을 합니다.
첫째 아기는 딸이었는데 복덩이 딸이라고 청대공주, 별명은 해님데기래요
둘째 아기도 딸이었는데 살림 불릴 딸이라고 홍대공주, 별명은 달님데기래요
셋째 아기도 딸이었는데 노리개 딸이라고 녹대공주, 별명은 별님데기래요
넷째 아기도 딸이었는데 재롱둥이 딸이라고 황대공주, 별명은 물님데기래요
다섯째 아기도 딸이었는데 덤으로 얻은 셈 치자며 흑대공주, 별명은 물님데기래요
여섯째 아기도 딸이었는데 섭섭이 딸이라며 백대공주, 별명은 흙님데기래요
아니, 예전에는 아무래도 남아 선호 사상이 있었으니 그 부분 어쩔 수 없다 치고, 지금 결혼하면 딸 일곱 낳을 거라고 얘기 해줬는데 말 안듣고 냅다 결혼해버린 건 자신인데 왜 죄 없는 딸 보고 섭섭이라 하나요? 암튼... 이번에는 꼭 아들을 보리라 하고 동개남상주절, 서개남금수절, 영험 있다는 삼신당을 찾아가며 공을 들였대요. 그랬더니 부부가 똑같이 하늘에서 청룡, 황룡이 날아와 품에 안기고 양무릎에 흰 거북과 검은 거북이 앉고 양어깨에 해와 달이 돋아나는 태몽을 꿨다고 이번에는 아들이라고 좋아했대요.
그러고서 태어난 일곱째 아기가 또 딸이었지요. 그랬더니 보기도 싫다고 갖다 버리라고 ㅠㅠ 길대부인이 울면서 버리더라도 아기 이름이라도 지어달라고 하니 버릴 아기 본 이름은 필요없고 별명만 바리데기라고 지어주고 버렸대요 ㅠㅠ
아주 못 돌아오게 옥함에 넣어 강에 띄워 보냈는데 강물 타고 둥실둥실 떠내려 가다 어느 마을에 닿았어요. 사람들이 옥함을 열어보려 해도 열리지 않았는데 웬 거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와서 여니 철컥 열렸대요. 그래서 거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비리공덕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바리데기를 키우기 시작했대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바리데기는 열다섯살이 되었습니다
이 때 바리데기 아버지 오구대왕이 몹쓸 병에 걸렸는데 온갖 약을 다 써도 소용이 없었대요. 그러다 천하궁 기리박사 (지금 결혼하면 딸 일곱 낳을 거라고 얘기해줬던 그 점쟁이에요)가 점괘를 뽑아보고는 이 병에는 딱 하나, 서천서역국 동대산에서 솟아나는 약물만 효험이 있을 거라고 했어요. 약이 있다니 좋기는 한데 너무 멀어서 누구를 보낼까 하다가 딸들에게 차례로 물어봐요.
복덩이 딸 청대공주 해님데기한테 물어보니 곱게 자라 못 가겠대요
살림 불릴 딸 홍대공주 달님데기한테 물어보니 길눈 어두워 못 가겠대요
노리개 딸 녹대공주 별님데기한테 물어보니 아이 셋 키우느라 못 가겠대요
재롱둥이 딸 황대공주 물님데기한테 물어보니 남편 밥 해주느라 못 가겠대요
덤으로 얻은 딸 흑대공주 불님데기한테 물어보니 몸이 약해 못 가겠대요
섭섭이 딸 백대공주 흙님데기한테 물어보니 수줍음 많아 못 가겠대요
ㅎㅎ 이 장면 아주 요약하자면 딸 여섯에게 물어보니 다 못 가겠다고 했다고 하면 간단하겠지만 우리 신화 이야기 읽다보니 이렇게 약간씩 변형하여 달라지면서 반복하는게 재밌기도 하고 웃음 포인트여서 그냥 내용 요약해서 다 올려봤어요. 그치만 원래 길고 길게 반복되는 구절들이 입에 착착 붙는 맛이 있어서 더 재밌네요. 마치 판소리나 마당놀이 노래가락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시간 되시면 위에 소개해드린 책에 나온 원문 읽어보시면 더 재미납니다! ㅎㅎ
암튼 여섯 딸에게 퇴짜맞고 혹시나 하고 어머니 길대부인이 가서 배타고 내려가며 바리데기를 불렀대요. 바리데기는 자기 이름 부르는 소리 듣고 깜짝 놀라 그 때까지 어머니, 아버지로 알고 있던 비리공덕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물어보니 강물에 떠내려온 아기였다는 사실을 다 이야기 해줬어요. 그래서 바리데기가 타고온 옥함을 가지고 어머니를 만나러 갔지요
그래서 바리데기는 어머니를 따라 가서 처음으로 아버지 오구대왕을 만났어요. 그리고 아버지 병에 효험이 있다는 서천서역국 동대산 약물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버지 병환 고칠 길이라면 천리고 만리고 가겠다며 곧장 길을 떠납니다 ㅠㅠ
서천서역국이면 인도에요. 요즘이면 비행기 타고 슝 날아가면 되지만, 아니 애초에 인도산 약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해외배송 시키면 땡이겠지만 그 때는 그 길을 걸어서 가야만 했어요. 게다가 지도도 없었나봐요. 바리데기가 일단 서쪽으로 자꾸만 걸어가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길도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가요
밭 가는 할아버지한테 서천서역국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밭 다 갈아주면 알려준다고 해서 다 갈았어요. 그랬더니 이 길 따라 아홉 고개 넘어가면 나오는 빨래하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래요
아홉 고개를 넘어가니 진짜 개울가에 빨래하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빨래하는 할머니에게 서천서역국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검은 빨래는 희게, 흰 빨래는 검게 빨아주면 알려준대요. 헉, 때가 얼마나 탔으면 흰 옷은 검게 되고 검은 옷은 흰 옷이 되었을까요?ㅠㅠ 암튼 그걸 다 빨아주니 아홉 개울 건너가면 나오는 숯 씻는 사람에게 물어보래요
아홉 개울 건너가니 진짜 숯 씻는 사람이 있었어요. 숯 씻는 할아버지에게 서천서역국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숯에서 말간 물이 나오게 씻어주면 알려준대요. 다 씻어주니 아홉 가시밭길을 지나면 나오는 풀 뽑는 사람에게 물어보래요
오메... 이쯤 되면 짜증날만도 한데요. 어딘가 뭐 알아볼 일 있어서 전화 하다보면 내 소관이 아니니 여기로 전화하라고, 해서 거기 해보면 여기 소관도 아니니 다른데 알아보라고, 전화돌리기 무한 반복 하다보면 대폭발해서 안해! 하고 씩씩거리기 마련인데 우리 착한 바리데기 공주는 또 아홉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여하튼 갔더니 또 풀 뽑는 할머니가 있어 서천서역국 어찌 가냐고 물어보니 풀을 다 뽑아주면 알려주는데, 풀 하나 뽑을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뽑아야 한대요. 그래서 일일이 그 풀을 뽑을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9일만에 드디어 다 뽑았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꽃 한송이와 방울 하나를 주면서 길 따라가다 높아서 못 가면 꽃을 던지고, 깊어서 못 가면 방울을 흔들라고 하시네요. 오오~ 드디어 또 딴사람 찾아가서 물어보라는 몹쓸 릴레이가 끝났나봅니다!
할머니가 알려준 길을 따라가다가 너무 너무 높은 산이 나타나서 꽃을 던지니 산이 평평해져서 걸어갔대요. 그러다 또 한참 가다보니 너무 너무 깊은 바다가 있어서 건널 수 없어서 방울을 흔들었더니 오색 무지개다리가 내려와 걸려서 그 다리를 따라 바다를 건너갔대요.
어라.. 우리 바리공주님 서쪽으로 갔으니 그쪽 서해 쪽 아니에요? 태백산맥 같은 높은 산맥은 동쪽에 있으니 서쪽에는 산이 없는데... 이상하네요;; 이 때 꽃 던져서 서쪽은 산 싹 밀어버린게 오늘날까지 온 걸까요? 암튼 서해 끝에서 방울 흔들어서 인도까지 직행하는 무지개다리가 내려온 모양입니다! 드디어 인도, 서천서역국 도착이에요!
헥헥... 여기까지 쓰니 또 지칩니다 ㅠㅠ 나머지는 연휴 끝나고 다음에 올리도록 할게요!
..라고 하면 안되겠지요? ㅠㅠ 거의 이야기 끝나가니 나머지 이야기 그럼 또 요약해볼게요;;;
서천서역국에서도 또 열심히 가서 드디어 동대산에 도착했는데 엄청나게 못생긴 총각을 하나 만나요. 알고보니 동대산 산지기인 동수자에요. 여기 어찌 왔냐고 하면서 바리데기에게 길 값 삼만금, 물 값 삼만금, 구경값 삼만금을 가져왔냐고 물어요. 사정 이야기 해주고 근데 돈 없다니까 그럼 자기랑 결혼해서 삼년을 살되, 길 값으로 삼년간 나무하기, 물 값으로 물 길어주기, 구경값으로 불 떼기를 시키네요? 거기에 아들 삼형제까지 낳아주면 약물터에 데려다 주겠다고 해요. 바리데기가 열 다섯살인데 ㅠㅠ 아버지 병 고치려고 약 구하러 갔다가 느닷없이 결혼하게 생겼습니다 ㅠㅠ
결국 착한...건지 미련한 건지 바리데기는 삼년동안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드디어 약물터로 가게 되었어요. 가는 길에 보니 예쁜 꽃밭이 있네요. 너무 너무 예쁜 꽃밭을 보고 여기는 어디냐고 물으니 서천 꽃밭이래요. 중간에 꽃들 이름 물어보니 뼈 살리는 뼈살이꽃, 살 살리는 살살이꽃, 피 살리는 피살이꽃, 숨 살리는 숨살이꽃이 있길래 일단 챙겼어요 ㅋ 이거 혹시 '신과 함께' 웹툰 보셨다면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거기에 나온 뼈살이꽃, 살살이꽃이 이거랑 같은 꽃입니다 ㅎ 서천꽃밭 꽃감관인 신산만산 할락궁이 이야기도 우리 신화 이야기 중에 있는데요. 거기 웹툰에서 식물원 원장님으로 나오셔서 혼자 빵터졌었네요! ㅋㅋㅋ
드디어 약물터 도착하니 약물이 방울 방울 떨어지는데 그걸 겨우 겨우 100일동안 받아서 집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같이 왔던 동수자가 자기는 사실 하늘 옥황궁 문지기였는데 죄를 지어서 여기 온 거래요. 여기에서 누군가 결혼해서 아들 셋을 낳게되면 다시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고 이야기 해주면서 구름을 불러타고 하늘로 슝 가버리네요? ㅎㄷㄷ 나쁜놈! 기왕 갈 거면 차(아니, 구름?) 좀 태워주지는 혼자 슝 가버렸대요!
바리데기는 그래서 다시 집으로 오는데 첫째는 걸리고, 둘째 업고, 막내 안고 돌아온대요 ㅠㅠ 어? 그래도 올 때는 길이 갑자기 막 줄어들고 편해져서 금방 금방 오게 되어서 바로 집, 삼나라로 도착하게 됩니다
근데 도착하니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잘 들어보니 아버지 어머니 두분 다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에요ㅠㅠ 깜짝 놀라 궁궐로 달려가니 상여가 나오고 있었어요. 언니들이 따라 나오다 네가 늦어서 두분 다 돌아가셨다며 적반하장으로 막 화를 내고 있어요 ㅠㅠ 바리데기 보고 비키라는 언니들 다 제치고 바리데기가 상여 문을 여니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이 자는 듯이 누워 있었어요.
자, 이제부터 꽃 등장입니다! 차례대로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 숨살이꽃을 놓으니 아버지, 어머니가 둘 다 살아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께 약물까지 드리자 병도 씻은 듯이 낫고 두분 다 건강해지셨대요!
이후 바리데기는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아들 삼형제 데리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대요~ ^^
그리고 나중에 바리데기는 오구신이 되어서 죽은 사람을 저승길로 인도하는 신이 되었다고 해요. 바리데기를 키워줬던 비리공덕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승길 지키는 신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사람이 죽으면 노제라는 걸 지내는데 그 노제에 차린 음식을 비리공덕 할머니, 할아버지가 드신다고 해요. 바리데기의 아들 삼형제는 저승시왕이 되었는데요. 저승 시왕은 말 그래도 10왕, 열 명의 왕이에요. 그 중 으뜸은 염라대왕이고 나머지 아홉은 초공 삼 형제, 범을 임금 아들 삼 형제, 바리데기 아들 삼 형제라고 하네요~
ㅎㅎ 요건 찾아보니 바리데기 이야기는 지역마다 전승이 조금씩 달라요. 아무래도 구전되는 이야기라서 그런가봐요. 또 여기 나오는 저 흰 빨래는 검게, 검은 빨래는 희게 빨아주면 길을 알려주는 할머니 이야기는 저희 아이들 읽어주던 전래동화책 구렁덩덩 신선비 책에 나오는 내용이네요! 구전문학이 서로 서로 영향을 주며 바리데기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이 다른 전래동화에 들어가기도 한 것 같아서 재밌어요!
아무튼.. 요즘 '과 함께' 웹툰을 보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바리데기 공주님은 지하철 바리데기호로 변신을 하고 말았답니다 ㅠㅠ 뭐.. 죽은 사람을 저승까지 인도해주는 역할이니 빠르고 정확하게 인도해주는 지하철만큼 적절한 비유는 없을 듯 하지만 조금 슬펐어요;; 그러면 노제의 음식, 웹툰에서는 친구가 저승길 노자돈 하라고 준 돈을 받아간 지하철 노점상 할아버지는 비리공덕 할아버지일까요? 저승 시왕 중 세 명은 또 바리데기 공주님의 아드님들이셨을 것 같습니다 ㅎㅎ 맞다! 그리고 저승 시왕 중 범을 임금 삼형제는 강림도령 이야기에도 나오는데... 지난 번 이야기 정리할 때에는 귀찮아서 그 부분은 쏙 빼버렸네요; 아하하 ^^;
이제 설이 다가오니 가족들이 모두 모일텐데요. 바리데기 공주에서 곱게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공주들은 다 나몰라라 하고 버림 받았던 바리데기 공주만 부모님을 위해 그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다녀왔던 일은 사실 심리학적으로도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치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해보도록 할게요 ㅠㅠ 올해 읽으려고 하고 있는 책 중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하기' 책이 있는데 아마 그 책 읽고 나서 리뷰를 올리게 된다면 그 때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우와.... 정리하다 보니 너무 힘드네요;;; 여기 나온 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신산만산 할락궁이랑 이름이 재미난 다른 이야기 두어 가지 정도는 더 소개하고 싶은데..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뭐 차분히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올리겠지요~ 그럼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아마도 다음 글은 연휴가 지나고 난 다음에나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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