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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 저희 첫째가 이번에 서울교대영재원 과학 분야에 지원했었는데 최종 합격했습니다 ^^ 올해 서울교대영재원은 선발 방식이 좀 바뀌었어요. 1차 선발은 6주간 온라인 선교육을 하면서 매주 온라인으로 받은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서 1차 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구요. 그 이후 2차 전형에서는 줌으로 화상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6주 동안 매주 온라인으로 동영상 강의를 들은 후 과제를 수행해서 제한된 기간 안에 제출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어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나무에 붙은 매미 탈피각을 찾아야 했고, 작은 돌멩이 500개를 주워서 일일이 자석에 붙는지 확인해보는 수업도 있었습니다 ㅋㅋㅋ 이 모든 과정을 평소 하는 일과에 추가로 해야 하니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조심스러워서 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평소에는 해볼 수 없었던 것들을 해보는 게 재밌다며 즐거워했어요 ^^

 

2차 화상 면접에서는 방 안에 아이만 혼자 들어가서 화상 면접을 진행하도록 했는데요. 아이 말로는 질문을 화면에 파워포인트로 띄워주시면 채팅창으로 답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질문 중에는 1차 전형에서 6주간의 과제를 직접 했어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섞여 있었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직접 과제를 하지 않고 타인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 질문들에 대답하지 못했을 거라고 해요 ^^

채팅창에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야 해서 타자연습이 좀 되어 있는게 유리했을 것 같아요. 코딩 교육이 공교육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리 저리 알아보다가 정보 분야쪽으로 흥미가 있어서 진로를 그쪽 방향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면 블록코딩 이상의 내용을 굳이 미리 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는데요. 대신 파워포인트 만들어보기, 동영상 편집하기, 문서 작성하기 정도는 자격증은 따지 않더라도 혼자 만들 수 있는 정도는 해놔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 중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자연습이겠다 싶어서 첫째와 둘째 모두 타자연습은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한글과 영어 타자 모두 키보드 보지 않고 양손으로 가능하고, 초등 2학년 둘째는 한글은 좀 되고 영어 타자는 아직 연습 중입니다. 꼭 이런 면접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타자연습 해보는 게 코딩 미리 배우는 것보다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여러 학원에서 영재원 대비반을 운영한다고 해요. 저희 아이는 영재원 대비반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어와 수학 모두 아이가 흡수하는 속도에 맞춰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학의 경우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평소에 집에서 실험을 해보거나 관련책과 동영상을 보면서 하고 있었어요. 저는 학원을 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적인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봐요^^

제 경우에는 영어나 수학은 제가 봐주기 힘들어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과학실험의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저도 아이들도 힘들지 않아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과학의 경우에는 저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워해서 집에서 해주는 게 힘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해봤던 실험들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놓는 것은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아이가 했던 실험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고 들어서요. 집에서 한 실험에 대해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실험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관하고 있는데요. 아예 그냥 놀아서 기록이 없는 것도 많고(ㅋㅋㅋ) 정말 재미로 정리해서 농담 따먹기 감상을 적은 것도 있습니다 ㅎㅎ 집에서 하는 것의 장점이 편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니 이건 그냥 대충 적어봐도 될 것 같아요. 

 

또 과학 관련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교내 발명대회나 여러 과학 관련된 대회에 나가게 되면 제대로 된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요. 대충이라도 결과물을 남겨본 경험이 이런 보고서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번에 2차 면접을 보지는 않았지만 1차 합격했던 가천대 영재원의 경우 산출물 요약서를 1차에 내고, 2차에는 산출물 보고서를 내야 했는데요. 교내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산출물 중 하나를 골라서 내니 갑자기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습니다. 집에서 과학 실험을 저희처럼 진행하신다면 간단한 포트폴리오는 만들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동안 집에서 해왔던 과학 관련 내용 게시글 목록입니다 ^^

 

[재미난 과학체험] 시립 서울 천문대 다녀왔어요~

우리집 엄마표 실험실을 공개합니다~

[과학으로 놀자] 적양배추 지시약

영재과학실험 해봤어요~

현미경 관찰에 도움될만한 책 소개

[과학으로 놀자] 현미경 관찰 - 달팽이알

초등 3학년 사회, 과학 공부 어떻게 시킬까?

이린이용 과학 유튜브 채널 모음

 

집에서 평소에 하는 일들에 대해 저도 아이들도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게 기본적인 생각인데요. 힘들지 않다는 건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어서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의 양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기에 어떤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양의 최대치를 100%로 봤을 때 평상시에는 약 80% 정도 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자신의 몇 퍼센트를 하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초등 고학년인 첫째는 약 80% 정도면 적당하고 저학년 둘째는 그 이하 수준이 적당하다고 봤어요. 첫째는 평상시에는 자신의 70-80% 정도를 하고 있었고 서울교대영재원 온라인 과제를 할 때는 90-100% 정도 했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초반에는 시간관리도 약간 비효율적이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속도가 나지 않아서 데드라인에 겨우 맞춰서 냈는데요. 나중에는 마감 하루 전에 모두 제출하면서 평소 하던 일도 잘 해냈어요. 아주 힘들어할 때에는 조정할 수 있는 스케줄은 조금씩 조정해주긴 했지만요 ^^;

 

평소에 자신의 100%를 하고 있다면 그건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요. 결국 지쳐버리기도 하고 갑자기 놀러가게 되거나 이번처럼 추가로 더 할 일이 생기면 해낼 수 없는 일에 짓눌리게 될테니까요. 한편 저학년 둘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한 40-50% 정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ㅎㅎ 그래도 영어는 SR 4점대에서 꾸준히 오르는 중이고 수학도 1-2학기 정도 예습을 하는 중이어서 기특했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의 경우 지금 자신의 100%를 하고 있다면 그건 조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 지금 자신의 몇 퍼센트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건 메타인지를 기르는 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올해 서울교대영재원 모집과정은 논란이 좀 있었어요. 처음으로 시행한 온라인 선교육 과정도 그렇고, 1차전형 통과자가 예년보다 많아서 그렇기도 했어요. 저희 아이는 서울교대와 가천대 영재원 두 곳에 1차합격을 했는데 면접 날짜와 시간이 정확하게 겹쳐서 둘 중 하나를 미리 선택해야했죠 ^^; 그런데 아이가 망설임 없이 서울교대영재원을 택했습니다. 예전에 교육청 영재원 처음 수업 듣고 왔을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아이가 그랬어요. 저희끼리 집에서 실험해볼 때 재료가 없으면 다른 걸로 때워서 하기도 하고, 꼭 해야하는 숙제가 아닌데 공들여 해보기도 해서 저희끼리는 막 삽질한다고 했었거든요 ㅋㅋ 그런데 진짜 영재원 가서 수업 들어보니 그동안 저희가 해본 건 삽질이 아니라 숟가락질이었다며 진짜 삽질 해보니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서울교대영재원 온라인 선교육 과정 해보더니 삽질의 끝판왕을 만났다며 신났었어요 ㅋㅋㅋ 내년에 이 삽질의 끝판왕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로 해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

사실 서울교대영재원은 경쟁률이 높기도 해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했어요. 6주간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워낙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즐겁게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과정 자체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에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추천해서 읽어봤던 책, Peak가 떠올랐어요. 어쩐지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산 정상에 도전하는 우리 아이들과 에베레스트 산 전상에 도전하는 책 속의 아이들이 겹쳐보여서 이 책도 한 번 소개해봅니다

 

<Peak - Roland Smith>

아주 유명한 책은 아닌지 Peak라고만 검색하면 다른 책들이 떠서 작가 이름 같이 적어봅니다 ㅎㅎ 원서 말고 <정상에 오르기 3미터 전> 이란 제목으로 한글로 된 번역본도 있어요

 

 

음.. 그런데 아무래도 원서 만큼의 감동을 살리지는 못해서 가능하면 원서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AR 5.0이고 AR point는 9.0짜리 책이네요 (AR과 AR point는 영어로 된 책 난이도와 글 양에 대한 설명인데요. 대략 미국 초등학교 5학년 정도 수준의 영어 난이도이고, 매직트리하우스 같은 아이들용 얇은 챕터북 9권 정도 분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영어 교육 정보] AR 점수? SR 지수? 게시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여기서부터 내용은 스포가 많을 예정이니 혹시 책을 읽기 전인데 나중에 책 읽으실 분들은 보지 마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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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는 산꼭대기, 정상이란 뜻인데 이 소설에서의 Peak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 등산가인 부모님이 아이 이름을 산꼭대라고 지었....; 그래도 자기 이름이 절벽이나 낭떠러지가 아닌게 어디냐며 긍정적인 주인공입니다. 자기 이름과 부모님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거라고 말이죠 ㅎㅎ

 

주인공 Peak는 자기 문학 선생님이 글 도입부에는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hook를 쓰라고 하셨다며 인상적으로 도시 빌딩 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빌딩 벽을 타고 몰래 꼭대기까지 올라가다 잡혀서 재판을 받게 되며 모든 것이 시작되거든요. 알고보니 주인공의 부모님은 두분 다 등산가였는데 이혼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 주인공은 엄마와 양아버지, 그리고 이복 동생인 쌍둥이 여동생들과 살고 있죠. 양아버지와도 사이 나쁘지는 않고 두 여동생들과는 아주 사이가 좋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등반가였던 부모님의 영향인지, 어린 시절 경험의 영향인지 계속 암벽타기나 등반을 하고 싶어해요. 방학에 등반 캠프에 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몰래 도시의 높은 빌딩벽을 타고 올라가 자신만의 파란 산모양 스탬프를 기념으로 그려놓고 오곤 했죠. 그러다 이번에 딱 걸려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도시에서 빌딩벽을 타고 오르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서 파란 산 스탬프의 범인이 누구인가 안 그래도 잡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Peak가 잡힌 후 다른 아이 한 명이 따라하려다 떨어져서 죽고 말았어요. 이로 인해 Peak는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죠. 그 때 Peak의 친아버지가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Peak를 소년원에 수감하는 대신 바로 당장 출국시켜서 다른 나라로 데리고 가겠다고 제안하죠. 다행히 재판정에서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매우 느닷없이 Peak는 지금까지 살던 가족과 헤어져서 친아버지와 함께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가다 보니 길이 이상해요. 친아버지란 사람은 자길 아빠라고 부르지 말라지를 않나, 관심을 기울이기는 커녕 혼자 갑자기 사라졌다 돌아오지 않나, 먼 나라의 도시로 가는 중이라 많이 갈아타나 싶었는데 영 돌고 도는 것 같아서 Peak는 대체 우리 어디로 가는 중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 그들은 에베레스트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친아빠라서 아이가 곤경에 처하니 도와주려고 했나보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보니 등반객들을 정상으로 데려다주는 여러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있었어요. Peak의 아버지인 Josh의 회사도 그 중 하나였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걸 보다 Peak는 깨달았죠. 세계 최연소 등반객을 정상에 데려다 주는 회사는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란 사실을, 자신의 생일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냥 소년원에 가게 됐을 거란 사실을 말이죠.

 

하지만 역시 등반을 좋아하는 Peak는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상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어쨌거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에 올라가는 일이니까요! 에베레스트 등산은 등반가 한 명이 그냥 산을 올라가면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짐을 운반해주는 셰르파들의 도움도 필요하죠. 몸을 고지대의 저산소 상태에 적응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번에 올라갈 수도 없고, 적응시키면서 서서히 올라가야 합니다. 때문에 아주 선택된 극소수의 사람들만 정상, summit에 오를 수 있어요. 에베레스트 꼭대기의 기후가 등반을 허락할 때 몸의 상태가 최적으로 맞춰진 사람이어야만 하니까요.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니 경험 있는 셰르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에서는 Josh와 오랫동안 함께 산을 오르다 지금은 승려가 된 Zopa가 등장합니다. 에베레스트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안다고 해서 다른 셰르파들과 등반가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죠. 한동안 산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 Peak의 등반에는 함께 가기로 합니다.

Peak와 함께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 중에는 Sun-jo라는 또래 아이와 Holly라는 기자도 있어요. Sun-jo는 셰르파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산에 오르게 되었어요. 그래서 돈을 벌어 여동생들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 산에 오르게 되었다고 해요. Holly와 취재팀들은 Josh가 섭외한 촬영팀으로 세계 최연소 등반 여정을 찍기 위해 왔어요. 여기에 Holly는 담당 마사지사와 요리사까지 데려왔다죠 ㅎㅎ

이렇게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산을 오르게 됩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게 뭔지 모르지만 그냥 산에 오르는 게 좋아 올라가는 아이,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는 아이, 최연소 등반 기록을 세워 회사를 살리려는 사람, 그걸 취재하는 기자, 그리고 왜 이번에 산에 올라가는지 모를 알 수 없는 Zopa. 이들이 산에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져요. 주위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 보던 Holly는 데리고 왔던 요리사와 마사지사가 떠나고 혼자 지내게 되면서 점차 주위의 다른 사람을 보게 됩니다. Peak와 Sun-jo는 점점 친해지게 되죠. 한편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허가를 내주기도 하고 감시를 하기도 하는 Captain Shek도 등장하면서 갈등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는 동안 Peak는 양아버지로부터 중간에 편지를 한 통 받았어요. 그러고나서 충격을 받죠. 왜냐하면 어린 시절 자신이 친아버지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 답장을 받지 못한 건 아빠가 산에 계셔서 편지를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거에요. 산에 있어도 편지는 모두 도착했고, 답장도 쓸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Josh는 답장을 하지 않았던 거에요. 그러면서 양아버지가 쓴 문장 "I miss you"라는 말에 마음의 문이 열리는 걸 느낍니다. 엄마나 다른 두 동생들과 함께 "we"가 아니라 "I" miss you. 그리고 산을 오르면서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해 생각합니다.

 

한편 산을 오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는데요. 그러던 중 비밀이 하나 밝혀집니다. 바로 Sun-jo가 Zopa의 손자였다는 사실이 말이죠. 지금까지 친한 줄 알았는데 자신에게도 그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에 Peak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다행히 Sun-jo의 생일은 자신보다 빨라서 함께 정상에 오르면 세계 최연소는 Peak가 될 거에요. 하지만 사실을 숨겼다는 건 변하지 않죠. 비록 Sun-jo는 할아버지 Zopa가 시키는 대로 한 거긴 하지만요. Josh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Zopa의 아들이자 Sun-jo의 아버지인 셰르파의 죽음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다가 생긴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Josh는 일단 Sun-jo와 Peak 모두 정상에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Josh의 회사에서 데리고 가던 다른 등반가들의 생각은 달랐어요. 그들은 그들의 돈으로 이 아이들을 정상에 함께 데리고 가는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등반을 모두 취소할 거라고 합니다. 결국 Josh는 공식적으로 두 아이들을 모두 산에서 내려가도록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말이죠. 하지만 비공식적인 팀으로 Peak와 Sun-jo는 Zopa와 다른 두 셰르파와 함께 등반을 계속합니다. 그런데 Captain Shek이 눈치를 채고 이들의 뒤를 쫓아요. 사정 상 Sun-jo는 여기에서 잡히면 감옥에 가야 할 지 모릅니다. 그것도 정당한 재판 없이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이미 내려갈 수 있는 길은 모두 차단된 상태. 해서 Zopa는 Sun-jo는 정상을 넘어서 반대편 네팔 쪽으로 내려가야만 무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에베레스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중간에 죽을 뻔한 일들을 겪으면서 Peak와 Sun-jo는 자연스럽게 화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를 남겨놓고 올라가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정상 등반을 시도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 시신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그 시신들을 보며 Peak는 왜 산을 오르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Sun-jo는 목표가 확실해요. 남아있는 어머니와 여동생들을 위해서 올라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Peak는 자신은 어떤 이유 때문에 올라야 하는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기 직전, 그는 포기합니다

 

Sun-jo에게는 반드시 올라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하지만 Peak는 그저 오르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그 산꼭대기에서 Peak는 가족의 소중함, 이미 곁에 있었던 가족들의 따뜻한, 그렇지만 그동안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진실한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친아버지 Josh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있었지만, 함께 산을 오르며 부모로서는 실격이지만 산악인이자 한 인간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Josh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리하여 Peak는 정상에 오르는 걸 포기하고, Sun-jo가 정상에 올라 세계 최연소 등반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합니다. 이것으로 Sun-jo는 그의 아버지가 원했던 것처럼, 목숨이 위험한 셰르파의 일을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될 거에요. 광고와 협찬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해서 그와 여동생들 모두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거에요.

 

산을 내려온 Peak는 서둘러 두 여동생과 엄마, 양아버지가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나며 이야기의 대단원을 이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The only thing you’ll find on the summit of Mount Everest is a divine view. The things that really matter lie far below.

 

이상과 현실, 언뜻 생각하면 현실은 사소한 일이고 이상은 빛나고 중요해보여요. 이 책에서 처음에 저 높고 빛나는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은 모두의 이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달라져요. 셰르파였던 Sun-jo의 아버지는 자녀들이 더이상 산에 오르지 않아도 되길 바라며 산을 올랐어요. 자신이 번 돈으로 자녀들은 학교에 보내서 산에 오르는 셰르파가 되지 않아도 되길 바라며 산을 올랐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Sun-jo는 결국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만 Sun-jo의 이상은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이 아니었어요. 정상에 올라 최연소 등반의 기록을 세워 더이상 산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것. 이것이 Sun-jo의 목표였습니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이상이 아니라 진짜 목표를 위해 거쳐야 할 중간 목표였던 거죠.

 

Peak의 경우는 산을 좋아했으니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보고 싶은 목표가 있었어요. 정상 등반이 목표였죠. 하지만 Sun-jo처럼 확실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무얼 잘 하는지도 모르고 무얼 원하는지도 모른 채 상황에 따라가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하게 되었죠. 사실 요즘 우리 아이들의 경우에는 Peak와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왜 오르는지 모르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 아이들. 그럼 이런 경우 목표도 없으면서 힘겹게 정상에 오르는 건 의미가 없을까요?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왜 오르는지 몰랐지만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Peak는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냈으니까요. 보고도 보지 못했던 가족의 사랑을 그 속에서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Peak와 Sun-jo 모두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이 진짜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 Sun-jo도, 정상에 오르지 않은 Peak도 결국 자신만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험난했던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하는 일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둘 모두에게 소중한 목표에 이르는 길이 되어주었습니다. 문득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 입시란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일 같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매우 힘든 과정이고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은 결국 진짜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거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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