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이들이 엄마가 이런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 라거나 "니가 그렇지"라는 말들이었죠. 생각해보니 저는 그런 말들은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저희 아이들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직접 물어봤어요
엄마가 하는 말 중 이건 싫다 하는 말이 있을까?
그랬더니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제가 하는 말 중에 그런 말은 없다고 해주네요. 다행입니다 ㅎㅎㅎ 아이들을 키우면서 교육시키다 보면 주양육자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아주 많이 생기죠ㅋ; 그건 아이들과 그저 원하는대로 놀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이 과정에서 아이와 주양육자(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엄마죠? ㅎㅎ) 이 둘은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야 하는데요. 간혹 엄마가 아이에게 시키고, 아이는 버티다보면 서로 반대 방향에서 한 명은 끌고 한명은 안 끌려가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아마도 그런 과정 속에서 속상한 마음에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면서도 같은 방향을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해주려는 건데 그걸 알려주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그렇게 잡아주려고 했던 생활 습관 중에 하나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드는 일이었어요. 아이들은 더 놀고 싶은데 잘 시간이 됐다고 자야한다고 하면 칭얼거리죠. 그렇지만 제 시간에 자야 내일 또 즐겁게 놀 수 있으니 엄마는 재우려고 해요. 이 과정에서도 어쩌다보면 엄마는 재우는 사람, 엄마가 재우니까 자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어요. 사실 엄마도 안쓰럽기도 하고 더 놀아주고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럴 때 저희는 다함께 햇님을 욕했어요 ㅋㅋㅋ
엄마~ 조금만 더 놀면 안돼요? 더 놀고 싶어요 ㅠㅠ
그러게. 재밌어서 조금만 더 놀고 싶은데 벌써 햇님이 졌네 ㅠㅠ 햇님 나쁘다 그치? 햇님~~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면 안되나요?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저무는 햇님을 바라보며 함께 아쉬워하며 자러 갑니다 ㅎㅎㅎ 마침 딱 맞는 노래도 있어서 저희 아이들 어릴 때에는 늘 이 노래를 부르며 자러 갔어요
술레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
...사실 엄마는 하루가 길었습니다; 이제 얼렁 자라 싶기도 해요 ㅋㅋㅋ;;; 그치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아이와 한팀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자러 가야한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매우 매우 아쉬워하며 재우러 가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또 더 놀면 안되냐고 물어보면 같이 햇님께 물어보셔도 좋아요. 한번만 다시 쫌 올라왔다 가시면 안되냐구요. 아마 안 올라오실 겁니다. 그럼 다시 햇님을 욕하며 재우러 가셔요~ ㅎㅎㅎ
비슷한 패턴으로 써먹었던 것 중 하나는 숙제하기가 있어요. 학습은 학과 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학'은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거라면 '습'은 배운 내용을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에요. 숙제는 바로 이 '습'과정을 하기 위한 방법이죠. 그러니 아이의 실력이 자라나려면 숙제를 꼬박꼬박 해야만 해요. 이 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숙제해라 숙제해라 하고 시키는 엄마가 되다 보면 자꾸 또 반대방향에서 끌고 가는 입장이 되기 쉬워요. 이 경우에도 햇님과 같이 우리를 어쩔 수 없이 숙제를 해야하게 만드는 대상을 향해 우리는 함께 욕하는 동반자가 되어주면 좋습니다 ㅋㅋ 그럼 숙제를 내주신 선생님을 욕하냐구요? 아니요!! 절대 안돼죠! 선생님은 절대적으로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동반자이자 이끌어주시는 스승님이십니다. 이번에 욕할 대상은 우리 '뇌'에요 ㅋㅋㅋ
사실 우리가 한번 배운 건 잊어버리지 않고 모조리 다 기억할 수 있고 그걸 응용할 수 있다면 공부는 학습이 아니라 '학'만 있어도 되지 않겠어요? 자꾸 잊어버려서 여러 번 반복해야 기억할 수 있는 뇌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잘 하고 싶다면 반복해서 익혀야만 해요. 그래서 자꾸 숙제를 해야만 하게 만드는 우리 뇌를 탓하며 숙제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과 함께 뇌를 욕해줍니다 ㅎㅎㅎ 여기서 말하는 뇌는 지능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뇌 구조 자체에요. 아무리 천재여도 인간인 이상 숙제는 필요하거든요 ㅋ
이 이야기를 해줄 때 저는 덧붙여서 머리가 좋지 않아 남들 한번 볼때 열번을 봐야 이해했던 조선시대 김득신이라는 학자 이야기를 해줘요. 그 분은 그래서 자기는 남들의 열배를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으니 모르는 건 계속 이해될 때까지 보셨다고 해요. 처음에는 머리 좋은 다른 사람들이 더 잘했지만 나중에 어려운 공부에서는 남들은 두세번 보고는 모르면 포기했지만 이 분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봐서 결국 이해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는 매우 훌륭한 학자가 되셨다고 해요. 결국 머리가 좋은게 아니라 꾸준히 노력하는게 중요한 거라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힘든 일 생기면 맨날 욕만 하는 건 아니구요ㅋㅋㅋ 아이들과 언젠가는 영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도 했어요. 영어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라면 정말 좋겠다 하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되면 미국에 하는 어떤 어린이는 우리 나라에 어학연수 와서 한국어 배우느라 힘들다고 투덜댈 수도 있겠다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죠. 드디어 뽀로로를 자막없이 들을 수 있는 리스닝 경지에 올랐다고 기뻐하는 제임스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습니다 ㅋㅋㅋㅋ
핵심은 아이가 힘들어 하는 상황은 엄마도 바꿔줄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 길을 가는 아이 옆에서 엄마는 같은 편으로서 도와주겠다는 걸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는 거에요. 엄마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 중 힘든 걸 하도록 만든게 아니라 상황 자체는 바뀔 수가 없다는 것,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엄마 역시 선택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죠. 근데 이걸 햇님과 뇌를 욕(ㅋㅋ)하고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바꾸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의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엄마는 옆에서 아이와 같은 편으로서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같이 욕해주는 거죠 ㅎㅎㅎ
사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데 엄마가 열심히 잡아주고 싶은 일 중에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클 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아이 옆에서 같은 편으로서 바라봐주면서도 약간씩 끌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아이의 싹에 물을 주고 햇빛을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예전부터 사골국처럼 우려먹던 예전 글 다시 올려봅니다 ^^
맛있는 공부 레시피 ::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 (1) (tistory.com)
맛있는 공부 레시피 ::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 (2) (tistory.com)
맛있는 공부 레시피 ::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 (3) (tistory.com)
문득 아이들에게 공부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서 한 번 물어봤어요. 공부란 무엇일까 하구요.
첫째: 공부는 날개에요. 그걸로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둘째: 공부는 거름이에요. 그걸로 내 안의 영어 나무, 수학 나무가 쑥쑥 자라니까요
각자 멋진 말을 하고 매우 흐뭇해하는 아이들(ㅋㅋ)에게 정말 굉장하다고 폭풍 칭찬해줬습니다 ㅎㅎㅎ 공부를 잘 하면 부모로서도 매우 기쁜데요. 공부는 그 자체로서 목적인 게 아니라 그걸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행복은 신기루 같아서 행복만을 따라가면 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잘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타인과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게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 어쩌다보니 햇님 욕하다가 행복해지는 법까지 이야기가 흘러왔네요? 삼천포 대마왕(;)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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