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SBS 스페셜 혼공시대에 아이들이 혼자 공부하는 혼공에 대해 나왔다고 해요. 티비를 보지는 못 했지만 검색해보니 혼공, 혼자하는 공부인 자기주도 학습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해 나왔다고 하더군요
자기주도학습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
시간관리 능력
계획 관리 등의 조직화 능력
자발성
충동 조절
감정 조절
위의 다섯 가지가 혼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요.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연결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요인 같아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스스로 자신의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걸 연습해왔는데요. 그래서 공부도 스스로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혼공은 학원 다 끊고 집에서 책이나 인강으로 하기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자기주도학습은 학교든 학원이든 선생님께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습득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어느 부분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과정, 그것이 혼공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꼭 공부에만 국한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삶의 어떤 단계, 어떤 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인생을 대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더 많이 배워야하고 미흡하지만 저희 아이들 지금까지 해왔던 혼공의 과정 올려볼까 합니다^^
1. 시간관리 능력
기본적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 얼마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그 안에서 중요도와 긴급한 정도에 따라 무슨 일을 할지 배분할 수 있으니까요. 우선 계획표를 세워보고, 잘 지켜졌는지 평가해보고, 다시 계획을 수정해보는 게 기본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필요하면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최종 선택은 아이가 하도록 합니다. 각자에게 맞는 계획표는 사람마다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계획표 세우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글 소개해봅니다^^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3)
[초등 자기주도] 아이가 스스로 하는 시간 관리 비법
2. 계획관리 등의 조직화 능력
혼공에 필요한 두번째 요인으로는 조직화 능력을 꼽았습니다. 물론 계획을 세워서 관리하면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다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여기서 저는 조직화 능력에 더 방점을 찍고 싶어요. 조직화 능력, 어떤 사안에 대해 대략적인 개요를 그려서 전체적인 모양을 잡고 그 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조직되는지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지요.
계획 관리도 보면 계획표를 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잘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해본 후 다시 평가해서 필요하면 계획표 자체를 다시 수정해야 해요. 이러한 조직화 능력은 계획 관리 뿐 아니라 수업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노트 필기에도 필요한 능력이라고 봅니다. 어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아직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제대로 안다면 그 내용을 조직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직화 능력을 기르는데 코딩 교육이 도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걸 통해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짜서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서요. 사람은 대충 알아듣기도 하고 문맥상 이해하거나 상황으로 유추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는 가차 없거든요ㅎㅎ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거나 제대로 조직화하지 않으면 에러가 나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 고치는 과정에서 상당히 고급의 조직화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코딩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 알고리즘을 짜보면서 조직화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딩은 그쪽 분야로 갈 것이 아니라면 간단히 블록코딩 정도 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3. 자발성
자발성은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니까요. 사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가 커요. 다만 이런 욕구를 잘 살려주는게 좀 힘들어서 그렇죠. 아이들은 놀기만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모르는 걸 배우는 즐거움도 있고, 스스로 잘 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걸까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거나 숙제를 못 한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아이는 일단 그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있을 거에요. 또 부모님께 혼날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겠죠. 거거에 또 진짜 막 혼나고 나면 반발심과 함께 화도 날 꺼에요. 이런 감정들이 막 섞여서 그저 부정적인 감정이 되고, 여기에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는 공부가 싫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또 그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에는 공부 외에도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섞여버릴 거에요.
그래서 저는 일단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기로 했어요. 아이가 시험을 못 보거나 숙제를 다 못 했을 때 화를 내지 않고 대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말로만 괜찮다고 하면 다 알아요. 진짜 부모님의 마음이 괜찮아야 합니다. 일단 저는 먼저 제 마음을 들여다봤어요. 대체 왜 화가 나는 걸까? 아이를 걱정해서 그렇다는 포장 말고 그 뒤에 숨어있는 것, 화가 나는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리 사회가 아이의 일로 보통 엄마를 탓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아이 성적으로 내가 평가 받는 기분이고, 아이 숙제가 덜 되었다고 지적받으면 내가 지적받는 기분이라 그랬던 거였어요. 내가 하는게 아닌데 그 결과로 지적받으니 더 화나고, 그 화를 다시 아이에게 내는 거죠. 사회의 인식을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다는 걸 일단 인지하고 나면 일어나는 화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화의 원인은 아이가 아니거든요. 아이의 일은 아이의 일이고 엄마인 저는 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속상한 아이를 위로해주는 일이요.
시험 망치거나 숙제 다 못하면 우선 본인이 속상해요. 그런데 부모님께 혼나는 것과 합쳐지면서 부모님께 혼나는게 두려운 마음과 화나는 마음이 더해지고, 몽땅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려요. 그런데 그저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니 혼날까봐 두렵던 마음은 사라지고 안심되는 속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감정은 원인이 명확해집니다. 시험 못 본거 혹은 숙제 다 못 한 거요. 감정이 단순해지니 원인도 명확해지죠.
마찬가지로 아이가 시험 잘 보거나 상을 타왔을 때 칭찬도 '잘했어'가 아니라 '축하해'라고 해줬어요. 잘 해서 얻은 결과의 기쁨도 오롯이 아이의 것이 되고 곁을 지켜주는 가족은 축하해주는 사람이 되어주기로 했어요. 아이가 얻은 결과가 온전히 아이의 몫이 되고, 그 감정이 다른 것과 뒤섞이지 않고 명확해지도록 하면 아이가 좀더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발성에 관해서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아요. 동기부여를 해주고 그 동기가 정말 스스로의 것이 되도록 하는 내면적 동기화를 했던 내용과, 학원 가기 싫어할 때 아이와 대화하면서 학원의 선택과 유지에서도 아이를 중심에 놓는 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올렸던 글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2)
[자기주도] 학원 가기 싫어할 때 대처법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해오던 아이도 학원 숙제 하다가 힘들다고 투정 부릴 때가 있어요. 아이가 힘들어 보이길래 정 그러면 학원 끊어도 되고 다른 방법도 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으니 아이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그래요
엄마, 난 지금 그냥 투정하는 거에요. 여기 끊고 싶지는 않은데 오늘은 투정부리고 싶어서 그런 거에요
헉.. 그래서 그럼 마음껏 투정부려도 된다며 실컷 안아주었답니다^^; 마음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ㅋ
4. 충동조절
충동조절은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해요. 당장 원하는걸 하지 못해도 잠시 미뤄둘 수 있는 능력. 예전에 마쉬멜로우 실험이라고 유명한 실험도 있었죠ㅎㅎ 그런데 그 실험 뒷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마쉬멜로우를 하나 더 받으려면 안 먹고 5분간 참아야했는데 잘 참은 아이들이 나중에 학업성취도 더 높았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잘 참았던 아이들은 집에서 그동안 비슷하게 참아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참고 나면 보상을 제대로 받았던 아이들이었다고 해요.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은 실험에서도 잘 참지 못했죠. 힘들게 참고 난 다음 약속된 보상을 진짜 받을 수 있을지 믿지 못했거든요. 이 부분은 신뢰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간혹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이와 쉽게 약속하고 또 쉽게 그 약속을 어기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신뢰가 쌓이지 않아서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돼요. 또 공부를 일정량 하도록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잘 해내면 해야할 양을 바로 더 주거나 늘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그럼 주어진 양을 끝내봤자 일만 늘어날 뿐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 거에요. 그러니 작은 약속이라도 함부로 하지 않고 꼭 지키기, 할 일을 끝내면 자유롭게 놀도록 하기, 등등 신뢰를 쌓고 할일을 끝냈을때 확실히 보상 받도록 해주면 충동조절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 감정조절
마지막 다섯 번째는 감정조절입니다. 예전에 올렸던 글에서 앵커링 방법으로 소개한 내용과 좀 통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공부를 즐거운 기분과 연결시켜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앵커링에 대해서는 예전 올렸던 글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1)
위에 올렸던 '[자기주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비결' 시리즈는 세편의 글로 올렸는데요. 실천방법 따라하기 용도로는 1번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 1번글에도 썼지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고, 그 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은 부모님과의 관계입니다.
만일 가정에서 공부하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자주 들린다면, 지금은 자기주도학습을 할 단계가 아닙니다. 보다 많은 사랑을 표현해 줄 단계이지요
이 블로그에 올린 모든 공부 관련글은 이 사랑의 관계가 잘 바탕을 다져준 이후에나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계가 잘 다져지고 난 이후에는 간혹 아이가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들고 와서는 저한테 설명해주다가 다 풀렸다며 다시 가져가는 일도 벌어지더라구요ㅎㅎ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저희 아이들과 함께 해온 경험담과 고민했던 내용 올려봤는데요. 작은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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