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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다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4년동안 자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뿌리를 내리다가 5년째가 되어서야 커다란 나무로 자란다는 모소대나무처럼, 아이가 스스로 자라나기까지 기다려주는 일이 바로 아이를 키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Jonas Jacobsson

 
 
어.. 모소 대나무 사진을 구하고 싶었는데 이건 그냥 대나무 사진인 것 같아요 ㅎㅎ 모소대나무는 씨를 뿌리고 첫 4년 동안은 3cm만 자란다고 하는데요. 5년째가 되면 하루에 30cm씩 쑥쑥 자라나서 6주만에 15m 이상 자라난다고 해요.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4년 동안 땅 밑으로 열심히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죠. 아직 뿌리를 열심히 내리고 있는 중인 초등 5학년 저희 둘째에게 너는 모소 대나무라고 이야기 해줬는데요. 아이와 함께 이야기 했던 내용 여기에도 한 번 올려봅니다 ^^

 

첫째인 누나는 이제 중학생이어서 쭉쭉 자라기 시작한 모소 대나무처럼 부쩍 부쩍 자라고 있어요. 스스로 정한 혼공 스케줄도 한동안은 잘 계획대로 지키고 있는지 저와 함께 봤었는데요. 이제는 그것도 필요 없다고 해서 정말 혼자서 계획 세워서 잘 지켜나가는 중입니다. 물론 아직 성인이 아니니 중간 중간 제가 살펴보기도 하고,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만 주도권은 아이에게 80-90프로 이상 넘긴 상태에요 ^^ 그런데 첫째를 키워봤던 경험이 둘째를 키우면서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네요. 아이들의 성향이 달라서 같은 방식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첫째와 둘째를 키우는 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첫째는 아무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롭고 모르는 일 투성이에요. 그러다보니 뭘 해야 하고 뭘 안 해도 되는 지 구분이 안 돼서 일단 몽땅 다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힘도 들고 나중에 이건 안 해도 됐었는데 괜히 애만 고생시켰다 싶은 것도 있었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둘째를 키우다 보니 둘째 때에는 꼭 해야 하는 일만 골라서 했는데요. 효율적인 건 좋은데 치열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뭐 세상 일이 다 좋기만 한 일도 나쁘기만 한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누나는 수학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과외를 더 선호했는데요. 자신에게 맞는 진도를 나갈 수 있고, 원하는 시간대에 할 수 있으면서 등원과 하원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계속 수학은 과외로 하고 있어요. 둘째는 그래서 덩달아 누나 따라 수학 과외로 하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자기는 혼자 하는 과외보다 친구들과 같이 배우는 학원이 더 좋다고 해서 대치동 학원 입학 테스트를 한 번 보기로 했습니다.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는 게 저희 교육 목표이기도 하고 여기 블로그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게 공부를 덜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서 다들 하는 선행 저희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5학년 둘째는 요즘 중학교 수학 들어가는 중이어서 대치 학원도 중등 수학 들어가는 반을 선택해서 입학테스트를 보기로 했어요. 문의해보니 6학년 1학기, 2학기 과정을 시험 본다고 하더라구요. 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를 배우고 있고, 수학 과외는 중학교 첫 부분을 배우고 있어서 6학년 부분 기억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찾아보다 에듀넷에서 인공지능으로 6학년 1학기, 2학기 내용을 문제 내달라고 하고 그걸로 한 번 복습하고 입학 테스트를 보러 갔습니다~

 

어... 인공지능이 만능은 아니었네요; 시험 보고 나온 아이가 굉장히 오랜만에 본 단원이 두 개 있었는데 대충 기억 나는 대로 풀긴 풀었는데 자신이 없다고 해요;;; 나중에 확인하니 인공지능이 아직 모든 단원 가능한 게 아니어서 일부 단원은 빼고 문제를 만들어줬다고 하네요 ㅠㅠ 아이에게 슬쩍 그래서 어느 정도 푼 것 같은지 물어보니 대충 60점 정도 받은 거 같다고 합니다. 나중에 결과 나온 거 보니 정말 60점이었어요. 메타인지는 확실한 것 같다고 칭찬해줬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아이가 자기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시무룩해요 ㅠㅠ 왜 그렇게 느끼는지 물어보니 자기는 과학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신문에 나오는 여러 가지 지식을 많이 알고 있지만 그건 성적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저희 둘째는 학교에서 단원평가 보면 대충 90-100점 정도 나오긴 하는데요. 같은 동네에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유명한 학원의 높은 레벨 반이어야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첫째 공부시켜 보다가 의미 없다 싶어서 둘째 때에는 건너뛴 유명 학원 레벨테스트, 경시대회들이 사실 그런 걸 도전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필요 없어 보여서 안하고 줄이고 했던 것 때문에 둘째의 경우 편하게 공부하긴 했는데 절대량 자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았어요. 공부에 가장 중요한 건 즐겁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들이 학교 공부나 평가 시험에서는 별 도움 안되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 자신감이 좀 없어진 것 같아서 아이에게 너는 모소 대나무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지금은 땅 속에 뿌리만 있어서 키가 작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 배경 지식이나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는 태도, 할 일을 알아서 챙겨서 해보는 과정들이 다 보이지 않는 뿌리로 자라는 중이라구요. 그래서 그 뿌리가 충분히 깊게 자라나면 하루에 30cm 씩 자라나는 모소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날 거라구요 ^^




 

아이를 달래주고 재운 다음 날, 아이 책상 위에 이런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어요.

"수학 잘 하고 싶다"

"공부 잘 하고 싶다"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포스트잇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보면 아이 마음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잘 되어 있었던 것으로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뽑아서 잘 읽는 태도, 청소년 문학책 수준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해력,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집중하는 태도, 해야 할 일 계획 세워서 실천 해보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정말 좋은 점이라고 칭찬해줬습니다. 어... 마지막에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라고 한 것은 아직 아주 꼼꼼하게 실천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ENFP 아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계획 세워서 실천하려고 하는 태도는 기특해요~ 앞으로 좀 더 채워야 할 부분으로 연산 실수, 문제를 대충 푸는 경향이 있었어요. 문제 풀이 할 때 처음 풀 때는 대충 푸는 경향이 있었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라고 하면 추가적인 설명 없이 다시 푸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틀린 문제를 다 맞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풀 때 집중력 있게 푸는 훈련과 연산 훈련을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학원 테스트 다시 한 번 보기 위해서 6학년 1학기, 2학기 내용 다시 한 번 차근차근 훑어보기로 했어요 ^^

 

아이와 함께 좀 더 추가해보기로 한 공부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공부에는 왕도가 없으니 빠르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상황 살펴보면서 꾸준히 한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게 공부인 것 같습니다. 둘째는 좀 편하게 가보려다 아무래도 공부에 있어서 절대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차근차근 필요한 양 채워나가 볼 예정입니다. 당장 큰 효과 보이는 게 없더라도 꾸준히 길게 보고 해나가는 경험 자체가 나중에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자산이 될 거라 믿습니다 ^^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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