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시키자니 아이가 안쓰럽고
공부를 안 시키자니 그래도 되나 걱정스럽고..
그래, 어차피 해야 한다면
공부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자!
이렇게 해서 아이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집집마다 손맛 따라 적당히 간 맞추듯
내 아이에 맞게, 내 걸음에 맞게
적당히 간 맞춰주세요
맛있는 공부 레시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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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이순신 장군님에 대해 배워왔어요. 음.. 사실 역사 무식자인 저는 누군가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을 때 세종대왕님, 이순신 장군님이라고 대답하면 어쩐지 식상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봤던 자료 같이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 많이 들어서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그냥 대충 배워서 그래요. 대충 수박겉핥기 식으로 단어와 연도를 외우는 역사 수업을 받은 저에게 이순신 장군이란..
임진왜란 때 잘 싸워서 일본군을 물리쳤다. 유명한 해전으로 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등등이 있다. 시험에 나올테니 임진왜란 연도 같은건 외우고 (에이...) 특이하게 죽기 전에 우리 편이 질까봐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이건 좀 감동인가.. 근데 하도 많이 들어서 식상하기도 함)
뭐 이런 정도? 그런데.. 아이와 함께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보다 보니 그저 이런 단어의 나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구체물로 역사 해보기. 아이들 수 개념 처음 배울 때 구체물로 배우면 잘 이해가 되는데 추상적인 숫자로 넘어가는 건 좀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역사는 구체물 없이 그저 추상적 단어로만 배우니 모호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요. 역사 무식자이긴 하지만 만들기는 나름 자신있는 편이니 일단 한 번 질러보자는 심정으로 만들어봤습니다! 바로 저희 집 거실에 한산도대첩을 펼쳐봤어요~
<한산도대첩 만들어보기>
준비물: 파란 전지 4장, 초록 전지 3장, 가위, 테이프, 지도, 배 그림 인쇄한 종이(거북선 3척, 판옥선 53척, 세키부네 73척)
원래는 지도를 확대 복사해서 주루룩 연결하거나 커다란 지도를 사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요. 음... 지도를 연결되도록 프린트 하는 것도 어렵고, 우리가 축척 정확하게 맞춰서 모형 만들 것도 아니니 지도를 보고 전지로 오려서 한산도를 만들기로 했어요 ㅎㅎㅎ 지도를 보고 대충 지형을 초록 전지에 그린 다음 오려줍니다~
전지 4장을 붙여 만든 바다에 땅이 솟아오르고 있어요~ 오오오~ ㅋㅋㅋ 사실 지도 보면서 대체 어느 부분을 전지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한산도 대첩이라고 하는데 한산도는 섬이니 사방이 바다잖아요? 그럼 그 중 어느 바다에서 했을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일본에서 우리나라 처들어오는 중이니 남동쪽 바다를 그릴 뻔 했어요 ^^; 그런데.. 책을 찾아보니 일본군은 견내량에 있었는데 그걸 우리 조선 수군이 유인해냈다고 되어 있어요. 견내량은 또 어딘가.. 집 근처에서도 헤메는 길치인데 지도에서 견내량 어찌 찾나 고민하다 그냥 검색을 해보니 거제대교가 있는 좁은 물길이 나와요! 여기가 견내량인가봐요! 다시 책을 보니 미륵도와 한산도에 숨어있던 수군이 나타나 학익진을 펼쳤다고 되어 있더군요. 그걸 읽고 다시 지도를 보니... 아! 여기였구나 싶은 곳이 바로 눈에 보입니다!
보이시나요? 견내량에서 유인해낸 왜선들을 잡으려고 미륵도와 한산도에 우리 수군이 숨어있던 곳이? 바로 이 부분을 확대해서 한산도대첩이 이루어질 지형을 만들었습니다!
... 뭐 약간 달라보이고 축척이 틀어지고 이상한 지형들도 보이지요?;; 어쩔 수 없어요; 대충 보고 손으로 그린 거라 이게 최선입니다 ㅠㅠ 그..그래도 왜선 세키부네들이 있을 견내량과 우리 수군이 숨어있을 미륵도와 한산도, 그리고 대망의 한산도대첩이 있을 바다가 준비되었습니다아~
이제 배가 있어야죠~ 거북선은 3척만 있었고 나머지 배는 모두 판옥선이었다고 해요. 모두 합해 56척의 우리 배가 있었으니 거북선 3척과 판옥선 53척을 만들어줍니다. 세키부네는 73척을 만들었어요
두둥~ 배 아랫부분은 흰 종이가 충분히 남도록 모두 오려서 접으니 이렇게 세울 수 있는 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한산도대첩을 벌여볼까요?
우어어어..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당시 우리 수군들 진짜 무서웠을 것 같아요; 세키부네 73척을 견내량에 구겨넣으니 진짜 많아 보이는군요; 73대 56이면 좀 열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많이 차이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세키부네는 저렇게 뭉쳐 있고, 우리 수군은 미륵도와 한산도에 나누어 숨어 있으니 정말 세력이 어마어마하게 차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짜잔~ 여기는 한산도에 숨어있는 우리 수군입니다. 아마도 거북선이 저렇게 가장 앞에서 기회를 노리고 숨어있지 않았을까요? 아, 그리고 저희가 축척은 대충만 맞춰서 만드는 바람에 지형에 비해서 배가 엄청나게 크게 나왔는데요;;; 사실 실제로 판옥선 크기는 저기서 보이는 크기보다 훠얼~씬 작다고 보셔야합니다. 배를 더 작게 만들거나 지도를 더 크게 만드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대충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아하하 ^^;
달랑 5척의 판옥선이 저 왜군들을 유인하러 갔다죠? 그냥 유인작전을 했다, 혹은 5대의 판옥선이 유인했다 들었을 때에는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모형을 만들면서 보니 5척의 판옥선을 타고 있던 수군들은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갔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이 모형도 멀찍이서 보면 그렇게까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자, 가까이 왜군들을 유인하러 갔던 판옥선의 입장에서 한번 바라봅시다!
...판옥선과 세키부네의 차이에 대해 책에 하도 나와서 이제는 좀 익숙해졌는데요. 그래서 말인데 판옥선은 느리지만 방향전환이 쉽고 선체가 튼튼하다고 해요. 그 말은 세키부네가 직진 속도는 더 빠르다는 말이죠. 그런데 바로 그 앞에서 유인해야 하니 날 잡아잡수~ 하고 유혹하면서 허둥지둥 도망치는 척, 빨리 와서 공격하고 싶도록 우왕좌왕 하는 척 하면서 도망가야해요! 그것도 너무 멀리 가면 안돼고 잡힐 듯 말 듯 거리를 유지하면서! 우와... 진짜 살 떨리는 유인작전이었을 것 같아요 ㅠㅠ
가까이가서 유인하는 입장에서 판옥선과 세키부네를 보고 있는 둘째입니다. 자 이제 일본군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우리 판옥선 힘내라! 힘내라! 일본군은 좁은 견내량에 있다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저 허둥지둥 하고 있는 판옥선 잡으면 공을 세우는 셈이니 서로 욕심을 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려왔을 것 같아요. 최소한 4열 종대로 줄 맞춰서 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 아마도 빠른 배는 먼저 잡으려고 앞장서고, 그 뒤로 서로 빨리 가려고 마구 달려오고 있었겠지요?
두둥~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쫓아오던 일본군이 적당한 위치에 오자 숨어있던 우리 수군들이 일자진으로 잽싸게 나옵니다! 이것도 모형으로 만들어보니 아하 그렇구나 싶었어요. 만일 우리 수군이 이미 일자진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일본 배들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쫓아오지 않았겠죠? 아마도 무슨 계략이 있나보다 하고 자기들도 진을 치거나 했을 거에요. 그러니 이 전술은 넓은 바다가 아닌, 숨어있을 곳이 양쪽으로 있는 한산도와 미륵도 사이여야만 가능했던 겁니다! 그래서 세키부네들을 이곳으로 유인해와야 했던 거구요!
자, 일자진을 펼치며 갑자기 나타난 우리 조선 수군을 보고 당황한 일본 배들입니다! 그러나 세키부네는 속도는 빠르지만 방향전환이 쉽지 않아요! 당황해서 엉키기 시작하는 일본배들을 이제 학익진으로 에워쌀 예정입니다아!
어.. 잠깐 사과 좀 먹고 할까요? ㅎㅎ 전지에 손으로 그려서 한산도를 만들어버리는 한산도대첩 구체물 만들기를 하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잠깐 한숨 돌리면서 사과 한 쪽 먹고 갈게요~ 아하하 ^^;
방향전환에 유리한 우리 판옥선들이 드디어 그 유명한 학익진을 펼칩니다! 학의 날개 모양으로 상대방을 감싼다고 해서 학익진이죠! 이 전술은 압도적으로 월등한 대포가 우리 수군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천지현황 네 글자를 본떠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등이 있었는데 이런 우리 수군의 대포는 일본군보다 훨씬 멀리 날아갔다고 해요. 학익진의 뒤에는 혹시라도 침몰되는 배가 있을 경우 그 자리를 메꿔 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언제라도 대체해서 들어갈 수 있는 배들이 뒤에 있기는 한데요. 실제로 일본군의 배가 우리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우리 배가 너무 많이 침몰하면 곤란합니다. 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대포의 사거리가 월등히 길기 때문에 이 진은 우리군에게 아주 유리한 전술이 됩니다!
거북선은 등 부분을 덮고 그 위를 송곳 같은 것으로 뾰족뾰족하게 했다죠? 그래서 근접전에서 일본군이 그 위로 타고 오를 수 없게 해놨어요. 거기에다 빠르지만 선체는 더 약한 세키부네와 튼튼한 거북선이 부딛히면 백프로 세키부네가 침몰합니다! 그러니 거북선은 안으로 들어가 들이받고 판옥선들은 학익진으로 둘러싸고 왜선들에게 대포의 비를 선사합니다!
이것... 정말 대단한 전술인 것 같아요. 전략은 전쟁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아우르는 것이니 배를 미리 많이 준비하는 것은 전략에 속해요. 전술은 준비된 것을 가지고 그때 그때 펼치는 작전 같은 거죠. 일본군은 73척의 배를 가졌으니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위의 사진을 다시 보시면 어떤가요? 교전이 벌어지는 바로 이 지점, 여기에서 어느 군의 배가 많은가요? 우리 수군의 배에요! 전반적인 전략의 우위를 전술을 통해 국지적인 전략의 우위로 바꿔놓았어요!
ㅎㅎ 뭔 소리냐구요? 원래는 일본 배가 많은데요. 우리 판옥선을 추격하는 바람에 길게 늘어선 일본배들이 학익진에 둘러싸이자 교전이 벌어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만은 우리 배가 더 많아요! 거기에 방향 바꾸기 쉽지 않은 일본배는 여기에서 빠져나가기도 힘들고, 뒤따라오던 배들이 뻔히 보면서도 방향을 재빨리 틀지 못해 호랑이굴로 어쩔 수 없이 밀려들어가거나, 무리해서 방향 바꾸다가 기울어져 쓰러지는 배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장군님께서 거북선으로 세키부네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계십니다아~ ㅋㅋㅋ 둘째가 아주 그냥 신났어요!
둘이서 열심히 한산도대첩을 벌이는 중입니다~ 책에 보니 59척의 배를 침몰시켰다고 나와요. 음.. 정확한 배 숫자는 자료마다 약간씩 다른 것 같은데 저희는 그냥 저희가 참고한 책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총 73척 중 59척을 뺀 14척의 배만 남기고 모조리 쓰러뜨리고 있는 중입니다~ 와.. 글자로 그냥 59척을 쓰러뜨렸다고 볼 때는 그렇구나~ 하고 봤는데 실제로 다 쓰러뜨리고 보니 도망가는 14척의 배가 정말 적어보이네요. 올 때의 위용과는 달리 많이 초라해보여요;;;
이렇게 저희들끼리 거실에서 한산도대첩을 해보니 재밌기도 하고 좀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이순신 장군, 거북선 관련 책들>
- 희망을 쏘아올린 거북선 -
이 책은 얇아서 어린 아이들과 읽기에 부담없을 것 같아요. 저희 둘째와 함께 본 책입니다 ^^ 앞부분은 간단한 내용인데 뒷부분에는 지식적인 내용도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둘째와는 일단 앞부분만 같이 읽고 뒷부분 내용은 슬쩍 알려주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
책에 소개된 판옥선과 세키부네의 차이입니다~ 판옥선은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이고 세키부네는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이네요.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지식적인 내용도 많이 있어서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이순신의 거북선 노트 -
이번에 가장 많이 참고했던 책이에요 ㅎㅎ 거의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전지로 만들어봤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ㅎㅎ 위에 소개해드린 책보다는 조금 두껍고 알찬 내용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판옥선의 크기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이걸 보고 짐작해볼 수 있었어요~ 음.. 그래서 지도랑 배의 축척을 맞춰볼까 생각도 해봤는데요. 그건 너무 힘들것 같아서 어차피 다 마음대로 만들었답니다! ㅋㅋㅋㅋ ^^;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무기에요! 위쪽 대포들이 천지현황 이름을 딴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입니다! 비록 육지에서는 일본군의 조총에 밀렸지만, 해전에서 대포는 오히려 우리쪽 대포가 월등했다고 해요!
-이순신의 생각실험실 -
오오~ 이 책은 거북선을 만들기 위한 이순신 장군님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면서 거북선에 숨어있는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왜 그런 구조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한번 같이 읽고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ps. 거북선에 탑승하신 코델리아 장군님;;
첫째가 가지고 놀던 나무블록으로 거북선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침 산책나온 코델리아를 거북선에 태웠습니다! ㅎㅎ 바로 거북선 머리 쪽으로 가서 이건 뭔가~ 하고 살펴보는 코델리아에요 ^^
(와르르~) ..........;
헐.. 건드리자마자 부서져버린 거북선 머리와 자기가 부숴놓고 쳐다보고 있는 코델리아입니다;;;;
튀자!
ㅋㅋㅋㅋ 사고치고 도망가는 중인 코델리아입니다~ 그냥 다시 세우면 되니까 큰일은 아니었는데.. 엄청난 사고를 친 줄 알고 움찔했나봐요~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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