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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13
공부를 시키자니 아이가 안쓰럽고
공부를 안 시키자니 그래도 되나 걱정스럽고..
그래, 어차피 해야 한다면
공부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자!
이렇게 해서 아이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집집마다 손맛 따라 적당히 간 맞추듯
내 아이에 맞게, 내 걸음에 맞게
적당히 간 맞춰주세요
맛있는 공부 레시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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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 아이 영어 학원에서 고전 교육의 일환으로 빨간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어린 아이다 보니 고전 문학을 원서로 읽지 못하고 축약본으로 하고 있더라구요
사실 고전교육에서 고전을 축약본으로 읽는 건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고전, 특히 고전 문학을 읽는 게 좋은 이유는 그 안에 살아숨쉬는 다양한 인간상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인데 축약본에는 그런 걸 다 드러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고전 축약본이 아니라 좀 간단하고 짧더라도 원본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고전 문학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아직 아이의 이해 수준이나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못해서 고전 원본을 읽는 것은 무리겠더라구요 ^^; 아마 학원에서도 그래서 축약본으로 수업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간혹 대충의 줄거리를 알고 나면 원본은 안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좋아하는 내용은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하는 아이들이라서요. 이렇게 간단한 축약본으로 내용 훑어보고 그게 재밌다면 나중에 좀 더 커서 원본을 읽을 때에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저희 아이들처럼 반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축약본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배우고 있는 Happy Readers Grade 2에 있는 Anne of Green Gables 책이에요. 수준별로 Grade 1에서 5까지 있는 고전 문학의 축약본 시리즈인 것 같아요. 이제 막 3학년 올라가서 수업에 적응하는 단계라 그렇게 어렵지 않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 같네요 ^^
앤이 처음 매튜와 마릴라를 만나는 장면이에요. 앤이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어려서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늘 가난해서 예쁜 드레스를 입지 못했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 여기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었어요 ㅠㅠ 비록 아직 어린 아이이고 그냥 대략적인 내용 축약본으로 보는 중이니 어쩔 수 없다고 내려놓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앤을 이렇게 대충 넘겨버리는 건, 아이에게 앤을 그저 이렇게 설명해버리는 건 제가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었어요 ㅠㅠ
짜잔~ 너무나 사랑하는 책 Anne of Green Gables 원서입니다 ㅎㅎㅎ 아직 아이가 읽기에는 영어도 버겁지만 그 내용도 어려워요. 어차피 대충 대충 내용 정도 훑어보는 중이니 그냥 너무하다 싶게 요약된 것 중 몇 가지 아이가 재미있어 할 만한 것,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만 간추려서 읽어주기로 했어요~
...간추린 겁니다;; 아이가 배우는 축약본 책 한 챕터 분량 만큼만 표시해 봤는데 생각보다 좀 많아 보이네요? 아하하 ^^;
이렇게 넘기다가 재밌게 이야기 해줄 만한 내용, 꼭 보여주고 싶은 내용에만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했어요. 아예 표시 안 한 페이지도 있고 한 개 정도 표시한 페이지도 있는데요. 이걸 아이보고 읽으라고 한 건 아니고 적당히 문장 읽어주기도 하고, 그냥 내용을 이야기처럼 들려주기도 했어요 ^^
어쨌든 위의 축약본에서 나온 앤의 이야기, 짧게 요약되어버린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난하게 살았던'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적어볼게요
앤이 태어나서 생후 3개월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며칠 뒤에는 아버지도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런데 아무도 앤을 데려가기를 원치 않아서 다들 고민하다가 Mrs. Thomas가 앤을 데려가서 키워주셨는데요. 주정뱅이 남편과 4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난한 집이었어요. 거기에서 앤이 4명의 아이들 뒤치닥꺼리를 하며 지내다가 Mr. Thomas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 집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앤은 또다시 갈 곳이 없어졌지요. 아무도 앤을 데려가기 원치 않아서 어떡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Mrs. Hammond 라는 분이 앤을 데려가겠다고 해요. 그리고 그 집에는 세 쌍의 쌍둥이 포함 여덟명의 아이들이 있었지요 ㅠㅠ 거기에서 앤은 그 아이들을 돌보며 그 집에서 살았어요
축약본에 나온 표현, 가난해서 예쁜 드레스가 없었다는 내용을 읽고 요즘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니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가난이, 그 치열하고 고된 삶이, 아무도 날 원치 않았던 그 사무치는 외로움이 과연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예쁜 드레스가 없다는 말을 그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비싸서 살 수 없는 가난함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까요?
저희 아이에게도 이렇게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 해주면서도 아직 이게 무얼 뜻하는지는 잘 모르는 눈치여서 아이들 여덟명을 돌보면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보니 멍~ 하더라구요ㅎ 그래서 동생이 여덟명이 있다면 어떨 것 같냐고 하니 으아아악! 하고 바닥에 엎어졌어요 ㅋㅋㅋㅋ 뭐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어주면서 아이 눈높이로 내용에 대해 중간 중간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아무튼 Mrs. Hammond 집에서도 또 있을 수 없게 되어 이제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고아원도 자리가 다 차서 받아들여주기 힘든데 잠깐만 봐주겠다고 해서 있었는데 그 때 Mrs. Spencer가 오셨던 거죠. 그리고 도착한 Green Gables였는데.. 여기에서 원했던 건 사실은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라는 걸 깨닫고 앤은 정말 서럽게 울어요. 아무도 나를 원치 않는다면서...
여기까지가 축약본에 단 두 문장으로 요약되었던 내용, 부모님이 어릴 때 돌아가시고, 가난해서 예쁜 드레스가 없었다는 내용에 들어갔어야 하는 내용이에요. 그리고 축약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마릴라가 앤을 마차에 태우고 가는 길이었어요. 사실 위에 나오는 앤의 과거 이야기는 이 마차 안에서 마릴라가 앤에게 물어봤던 내용이랍니다. 바로 앤을 다시 돌려보낼 방법을 알아보려고 가던 그 길에서요. 앤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마릴라는 앤에게 묻습니다. 차마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흘끗 보고는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그 사람들이 너에게 잘 대해 주었니?"
Oh, they meant to be,
이게 앤의 대답이었어요. 그들은 그러려고 했을 거라고, 자기는 그랬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러면서 주정뱅이 남편과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사람들은 힘들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마릴라는 행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이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도 읽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마릴라의 마음에 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 차오릅니다. 그리고 앤 돌려보낼 방법을 알아보러 갔다가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일 무지막지 시키려는 집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거기에 이 섬세한 아이를 보낼 수는 없다며 자기가 앤을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
어릴 때 빨간머리 앤 만화를 무척 좋아했어요! 그 때는 재밌고 발랄한 앤의 입장에서 봤었는데요. 아이 키우는 요즘 빨간머리 앤 책을 읽으면서는 마릴라에게,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그 모습에 공감하며 보게 되더라구요 ㅎㅎ
앤이 초록 지붕 집에 살게 된 이후 앤이 마릴라에게 aunt라고 불러도 되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축약본에서는 역시나 심플하게 노~ 라고 대답하는 마릴라의 모습만 보여지고 지나가요 ㅎㅎ 이 장면만 보면 마릴라가 쌀쌀맞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어른인가 싶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때 마릴라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던 부분이라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았어요
앤이 왜 실제로 aunt가 아닌 자신을 aunt라고 부르면 안되는지에 대한 마릴라의 설명입니다
"I don't believe in imagining things different from what thy really are,"
"When the Lord puts us in certain circumstances He doesn't mean for us to imagine tham away. And that reminds me. ..
마릴라는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닌 걸 상상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해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떤 상황에 처하게 만드셨을 때에는 우리가 그걸 상상으로 치워버리길 원치 않으셨을 거라고..
마릴라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어떤 일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타입이라 어떨 때에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기도 해요. 불쌍한 아이가 그러고 싶다고 하면 적당히 봐줄만도 한데.. 하지만 마릴라에게 그건 신념이기도 해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상상으로 벗어나지 않고 똑바로 대면해야 한다는 것, 주님이 주신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걸 왜곡하거나 상상으로 없는 셈 치지 않고 그대로 직시하는 것
앤의 귀엽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식도 사랑스럽지만, 마릴라의 곧은 신념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도 역시 멋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저마다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와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도 꽤나 멋진 것일 수 있다는 것. 이걸 배울 수 있다는 게 바로 고전을 읽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꼭 영어 원서가 아니더라도 한글로 변역된 책 중 완역본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고전 같이 읽어보는 건 아이가 좀 더 큰 내년이나 내후년 쯤 시작하려고 했는데요. 학원에서 고전 수업을 맛보기로 진행하시는 바람에 저도 진도 맞춰서 조금 맛보기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 그래도 아마도 제대로 된 고전 공부는 조금 나중에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음.. 이번에는 무언가 영어학원에서 맛보기 고전수업을 하시는 바람에 낚여서 덩달아 집에서도 고전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아직은 제대로 된 고전 읽기라기 보다는 재미난 내용 보면서 그냥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은 부분 이야기 하는 정도 하게 되었네요. 오늘은 고전을 읽을 때면 늘 떠오르는 문구 올리면서 이만 마치고 다음에 또 재미난 내용 가지고 올게요~
In Essentials Unity
In Non-Essentails Liberty
In All Things Charity
본질적인 것에서는 일치를
그렇지 않은 것들에서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일에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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