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끊기 경험담 (Feat. 자기주도학습)
어제 SBS 스페셜 체인지에서 학원 끊기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고 해요. 저는 방송은 보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요약된 내용만 봤는데요. 그러고보니 올해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첫째가 영어의 경우 성공적으로 학원을 끊고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있는 셈이라 학원 끊기 경험담 한 번 올려볼까 합니다. 5세부터 영어유치원 다녔고 이후 쭉 초등 연계 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학원 다녔던 아이에요. 저는 직장에 다녀서 집에서 엄마표로 해줄 수 없어서 선생님께 배우도록 했고, 대신 집에서는 숙제 열심히 챙겨서 하는 것과 원서 읽기, 영어 동영상 보기 정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슬슬 혼자서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휘, 문법, 독해 교재 정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주기적으로 모의고사로 잘 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수능 기출 1등급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지금까지처럼 유지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내신 시험은 아직 치뤄본 적이 없지만요 ^^; 일단 지금은 수학 과외 말고는 예체능 학원 하나만 다니고 나머지 국어, 영어, 과학은 인강과 문제집을 통한 혼공 하고 있어서 학원 끊어본 경험담 공유해봅니다 ^^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면 어쩐지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란 이미지가 강한데요. 그래서 학원을 다니면 자기주도학습은 못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에게 무조건 혼자 공부하도록 하는 건 힘들 수 있어서요. 필요할 때 학원과 사교육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의 경우 학원 다니면서 학교와 학원 숙제를 스스로 챙겨서 하는 부분에서부터 자기주도학습을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보통 학교 숙제만으로는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양이 많지 않은데 학원 숙제까지 챙기게 되면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야 실행하기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숙제의 양과 기한이 정해진 상태에서 계획 세워서 실천하는 걸 연습해보는 건 아주 좋은 자기주도학습 연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때 계획 세우는 활동은 3단계가 한 세트입니다.
1. 계획 세우기
2. 실천하기
3. 결과 검토하고 계획 수정하기
SBS 스페셜 체인지에서도 학원 끊기의 첫 단계가 바로 계획 세우기라고 했는데요. 처음부터 자기주도로 어느 정도 분량을 어느 정도 기간에 할 것인지 바로 계획 세워서 혼공을 하기보다는 학원 숙제를 해내는 것부터 계획 세우기 연습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계획 세우는 것도 해본 적이 없으면 혼자 하기는 힘듭니다. 옆에서 같이 고민하면서 어떤 방식이 있는지 알려주고 이것 저것 해보고 실패해보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위에 언급한 계획 세우기 3단계에서 결과를 검토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부분이 있지요? 그러니 계획을 세울 때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를 미리 정해서 그걸 실천할 수 있었는지 혹은 몇 퍼센트 실천했는지 확인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계획대로 했을 때 결과가 만족할 만 했는지도 평가할 수 있어야 해요. 계획 세운 다음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도 처음에는 아이 혼자 하기 힘드니 옆에서 도와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도와주는 과정에서 점차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한 발씩 빼면서 직접 계획 세우고 실천하도록 해줘야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줘도 실제로 처음 계획이란 걸 세워보는 아이가 짠 계획은 허술할 수 밖에 없어요. 어른이 보기에는 이것도 저것도 고쳐야 할 것 투성이입니다. 저도 너무 심하다 싶으면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조언해 주기도 했지만 그 조언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일단 그대로 실천하게 했어요. 이후 실천해 본 다음 문제점을 겪어보고 나면 제가 조언해준 방향대로 바꾸기도 하고, 혹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잘 실행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ㅋㅋㅋ
아이들 어렸을 때 계획 세우는 법을 제가 했던 방식대로 알려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도 이것 저것 계획 세우는 방법 써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그러다가 마침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찾았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방법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을테니 훨씬 편하게 무언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방법은 가장 효율적인 게 아니라 가장 저에게 맞는 방식이었으며 그걸 찾아가기 까지의 시행착오 그 자체가 제 삶이었다는 것을요. 그러니 그 방식 그대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시행착오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삶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게 가장 효율적이었던 방식이 저에게조차 늘 맞지는 않더라구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란 건 없고 그저 그 때 그 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삶이더군요. 이후 각자에게 맞는 방식은 서로 다르고 그걸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도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 찾아나가도록 옆에서 격려해주고 있습니다 ^^
계획 세우는 걸 연습할 때에는 해야할 양이 적은 듯 한 게 좋은 것 같아요. 또 아직 제대로 해내지 못 해도 괜찮은 시기에 하면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해야할 양이 많거나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 아이도 힘들지만 어른 입장에서도 여유가 없으니 기다려주기 쉽지 않거든요 ㅠㅠ 그러니 초등학생 시기, 해야 할 일 다 마무리가 안 됐어도 괜찮은 시기에 이런 연습을 해보면 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해야할 양을 다 해내게 되면 완성도도 높여가는 거죠. 이렇게 계획 세워서 실천하기 해볼 때 주로 숙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혹 숙제는 왜 하냐며 아이들이 투덜거릴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아이가 해야할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써먹었던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같은 편 되어서 욕해주기'도 효과 좋았어요. 아이들 아주 어릴 때 생활습관 잡으면서 자야할 시간에 안 자고 싶어하면 아이와 같은 편이 되어서 일찍 자러 간 햇님 욕하면서 함께 슬퍼하며 자러 들어갔거든요 ㅋㅋㅋ 숙제도 비슷하게 아이와 한 편이 된 입장에서 같이 욕해주면서 힘들겠다고 토닥토닥 해줍니다. 그럼 숙제를 내 준 선생님을 욕하냐구요? 아닙니다! 선생님도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같은 편입니다! 우리는 뇌를 욕했어요ㅋㅋㅋ 원래 뇌는 새로운 걸 배우면 그걸 익히기 위해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학'이라면 그걸 반복해서 익히는 과정이 '습'이죠. 그 '습' 과정을 위해 숙제가 필요한 겁니다. 아니 그냥 배우면 배운 대로 입력되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우리는 뇌 때문에 숙제를 해야 하는 거죠. 자, 아이가 숙제 왜 해야 하냐고 힘들어하면 이제 다같이 뇌를 욕해줍시다! 그럼 애들도 키득키득 웃으면서 나름 납득하고 숙제 하기 시작해요 ㅋ
이런 식으로 학원 다니면서 숙제하는 걸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부터 자기주도 학습을 연습했는데요.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학원을 옮겨야 하는데 마땅하게 갈 만한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이 있으니 비슷한 방법으로 집에서 교재 사서 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일단 중등 문법까지 학원에서 한 번 배웠고 SR 지수도 12.9+이 나오고 학원에서 본 고1, 고2 모의고사가 모두 90점 이상이어서 좀 더 쉽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여기 저기 많이 알아보고 독해, 문법, 어휘 문제집 정해서 나름대로 커리큘럼을 짜고 집에서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숙제 스스로 해보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여서 혼공 실천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어요. 그런데 계속 학원을 다니다가 안 다니는데 다른 친구들은 계속 학원 다니는 것을 보니 불안해지더라구요. 아이도 불안해했지만 저도 이게 맞는 건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학원을 다니면 아무래도 오랜 기간 가르친 경험 있는 선생님이 짜주신 계획대로 하니 이대로 하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잖아요. 혼공에서는 그 부분이 부족해서 불안해지더군요. 무작정 불안해하지 말자고 다독이기보다는 우리가 불안한 이유를 파악해서 극복해보자는 의미에서 여러 학원들 상담을 가서 커리큘럼을 보기도 하고, 입학테스트를 봐보기도 하고, 모의고사 기출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아이가 하고 있는 혼공의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로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했죠. 그러다 영어의 경우 저희는 수능 기출 문제집을 주기적으로 풀어보면서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향을 잡아가기로 하고 있습니다. 시중 기출 문제집에는 각각의 모의고사와 수능 기출에 대한 상세한 해석과 함께 그 시험이 평소보다 난이도가 어땠는지, 각 문항이 어느 영역에 속한 문제인지에 대한 내용도 다 나와있더라구요. 그래서 기출 문제 풀어보고 틀린 문제를 분석해서 어느 부분을 더 보충하면 되겠구나 하는 방향도 잡아볼 수 있어서 혼공 하는 중 활용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
사실 집에서 공부하려고 하면 커리큘럼 짜고 교재 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혼공 해본다고 무슨 교재가 좋을까 고민도 많이 하고 검색도 많이 해서요. 학원을 다닌다면 아이 수준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비용내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저희는 영어는 오랜 기간 학원을 다녀서 그래도 커리큘럼 짜는데 그나마 고민이 덜 했는데요. 전혀 학원을 다녀보지 못한 국어와 과학은 더 감도 잡기 어렵더라구요 ㅠㅠ 무조건 학원을 안 다닌다고 자기주도 학습인 것도 아니고, 학원을 다닌다고 자기주도 학습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 필요하다면 적절한 사교육 활용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커리큘럼 외에도 과제를 내주시니 강제력이 있어서 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또래 집단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것도 혼공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우니 그 부분도 학원을 다닐 때의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어느 방법이 더 적절한가의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학원 다니던 아이들 학원을 끊고 싶다면 바로 당장 끊기 보다는 숙제를 스스로 하는 연습을 하면서 준비를 한 다음 혼공을 시도해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아요 ^^
그동안 올렸던 글 중에서 혼공에 관해 올렸던 글 함께 소개해봅니다 ^^
맛있는 공부 레시피 :: 혼공, 스스로 공부하도록 이끌기 (tistory.com)
위의 글이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이었다면 아래 글은 부모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저희 경험담과 주관적인 견해이니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맛있는 공부 레시피 :: 내버려둬도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집 부모는 어떻게 하는걸까? (tistory.com)
혼공과 함께 독서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이끌어주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독서에 관한 글도 추가합니다
맛있는 공부 레시피 :: 읽기 독립! 스스로 책 읽게 만들기 (tistory.com)
이렇게 저희 집에서 학원 끊기 성공했던 경험담 올려봤는데요. 정말 오랜 기간에 걸쳐 자기주도 학습 연습하고 다니던 학원 끊었던 경우입니다. 학원을 끊어보려고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그럼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