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특별한 사람 vs. 일반 사람
드디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권력과 부, 명예를 지닌 사람들의 경우 특별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바로 그런 특별 대우를 받는 사람들, 연줄, 인맥, 특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법사 세계도 우리 세계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
스포가 있으니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그리고 조만간 읽을 예정이시라면, 아래 내용은 책 보신 다음에 보세요~
해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직은 1년 채우기가 무섭게 비게 되는데요. 이번에도 교수 한 명이 부족해서 덤블도어는 새롭게 교수직을 맡을 사람을 찾으러 가게 됩니다. 자꾸 도망 다니는 슬러그혼을 데려오기 위해 해리를 데려가는데요. 슬러그혼은 재능이 있거나 연줄 있는 학생들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호그와트로 오지 않으려는 슬러그혼을 해리 포터라는 역대급 미끼로 꼬시려는 거죠ㅎ
69% Harry had a sudden and vivid mental image of a great swollen spider, spinning a web around him, twitching a thread here and there to bring its large and juicy flies a little closer.
(문장 앞의 숫자는 발췌한 페이지 번호입니다. 이북이라 %로 표시했습니다. 해리포터 1-7까지 합본입니다)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자라서 각지의 요직을 맡고, 또 새로운 학생들을 모아서 그들과 연결해 인맥을 쌓고, 그 인맥들을 이용하는 걸 즐기는 슬러그혼을 보고 해리는 거미줄의 거미를 연상합니다 ㅎㅎ 얽히고 섥힌 거미줄 같은 인맥! 정말 거미줄 이미지가 딱 맞는 것 같아요
결국 호그와트에서 교수가 된 슬러그혼은 예전처럼 재능 있거나 인맥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슬러그 클럽을 만듭니다. 이 중 맥라렌은 well-connected student 중 한 명으로 좀 더 특별한 대우를 원하기도 해요. 슬러그혼 뿐만 아니라 그 클럽에 속한 학생들 중에서도 이미 연줄과 인맥이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도 많죠. 학연, 혈연, 지연 등등으로 얽히고 섥힌 인맥들. 머글 태생이어서 인맥은 없지만 재능이 있는 헤르미온느도 이 슬러그 클럽 멤버가 되는데요. 여기 속하지 못해 슬러그혼 교수에게 투명인간 취급 받는 론은 이 클럽을 매우 싫어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다며 옹호해줘요.
헤르미온느도 은근히 학연에 흔들려요ㅋ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 골키퍼 역할을 맡은 멤버를 뽑는 자리에서 론과 맥라렌이 경쟁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헤르미온느가 몰래 맥라렌이 공 못 막도록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문을 걸어버리거든요. 실력에 따라 뽑았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친한 친구인 론이 되면 좋겠다는 사심이 들어간 거죠. 슬러그 클럽이나 학연, 혈연, 지연, 등등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다는 전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특별한 사람은 특별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거죠. 예전에 슬러그 클럽에 톰 리들도 있었는데 슬러그혼은 그에게 20년 안에 마법부 장관이 될 거라며 칭찬해요. 그러면서 자신에게 선물을 계속 보내주면 15년으로 단축될 거라는 농담을 하죠 ㅋ 농담은 농담인데 연줄과 인맥을 휘두르는 슬러그혼이 말하니 진심이 담긴 농담이었던 것 같죠? 웃기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합니다 ^^;
코넬리우스가 물러나고 새로 마법부 장관이 된 루퍼스 스크림저는 해리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해리가 나중에 Auror가 되고 싶다는 걸 들었던 스크림저는 마법부에 와서 도와주면 Auror Office의 장을 맞고 있는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으니 Auror가 되기도 쉬워질 거라며 접근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마법부 소속인 돌로레스 엄브리지에게 호되게 당했던 해리는 넘어가지 않아요. 대신 그 당시 볼드모트의 귀환이 거짓말이라며 "I must not tell lies"라는 글귀를 피로써 새기게 했던 손등을 보여주며 거절하죠. 아.. 저는 JK 롤링의 겹치고 겹치는 중첩되는 의미를 지닌 문장들 사랑합니다! 저 문장 원래는 엄브리지가 해리에게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벌로 쓰게 한 문장인데요. 이것을 보여줌으로써 마법부에서 진실을 외면하던 그 때를 잊지 않겠다는 결심도 보여주지만, 지금도 마법부의 마스코트 노릇을 하면서 마법부가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도 보여주는 문장. I must not tell lies! 어... 잠깐 이 문장에 빠져서 삼천포 다녀왔네요. 흠흠, 어쨌든 자기들을 도와주고 미리 미리 눈도장 찍어서 Auror라는 엘리트 직업에 들어가기 위한 문지방을 좀 낮춰보지 않겠냐는 스크림저의 제안을 해리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ㅎㅎ
지금까지는 특별한 관계나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특별 취급을 받았던 관계에 대해 나왔다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특별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와요. 볼드모트가 호크룩스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대신 억울하게 감옥에 잡혀들어갔던 모핀과 호키의 이야기입니다. 모핀은 전과자에요. 예전에도 머글을 괴롭히다 감옥에 들어간 적이 있었죠. 그래서 톰 리들 일가의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근처에 있던 모핀은 사실은 무죄인데 다들 당연히 그가 저질렀을 것이라 생각하고 감옥에 넣어버리죠. 호키는 마법사들이 무시하는 house-elf 종족이에요. 역시 볼드모트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그 현장에 있었는데 사람들은 나이든 호키가 실수로 독을 타서 죽였을 거라며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호키를 감옥으로 보내버려요. 좀 모자라는 house-elf라면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편견 때문이죠. 해그리드나 루핀처럼 거인이나 늑대인간에 대한 편견도 비슷합니다. 종족, 태생에 대한 편견이죠.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그룹에 대한 편견.
82% ‘What do I care how ’e looks? I am good-looking enough for both of us, I theenk! All these scars show is zat my husband is brave!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늑대인간에게 물린 빌과 예정대로 결혼하겠다는 플뢰르는 정말 멋집니다! 늑대인간에게 물려서 얼굴도 엉망이지만 언제 늑대인간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요. 플뢰르는 자기가 두 사람 몫만큼 멋지게 생겼으니 괜찮다며 빌의 상처는 그가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주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네요! 얼굴도 아름답지만 마음은 더 아름다운 플뢰르입니다 ^^
한편 해리는 덤블도어와 함께 볼드모트의 지난 행적을 따라가는데요. 펜시브를 이용해 여러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게 됩니다. 톰 리들의 외할아버지인 Gaunt는 아들 모핀과 딸 메로페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모핀이 머글을 괴롭힌 일 때문에 마법부에서 조사관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Gaunt는 아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혈통에 대해 설명을 해요. 그들이 슬리데린의 후손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으로 더이상 해명은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하죠. 그들은 특별한 혈통의 사람이니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에요.
볼드모트가 자신을 특별히 여기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 자신이 마법사라고 했을 때 믿지 못했던 해리와 달리 톰 리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빠르게 받아들여요. 오히려 뱀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이 마법사들에겐 일반적인지 물어보며 마법사 중에서도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바랍니다. 그런 톰 리들에게 흔한 이름인 톰은 성에 차지 않아요. 그래서 이후 자신의 이름도 볼드모트로 바꾸고 특별한 존재인 자신이 불사의 존재가 되기 위해 특별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않습니다. 그렇게 타인의 목숨을 이용해 자신이 죽지 않도록 해 줄 호크룩스를 만들어내죠. 이 부분 읽으면서 어쩐지 죄와 벌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영웅들이 일반인의 목숨을 취했을 때에 사람들은 그걸 죄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특별한 재능을 지닌 자신을 위해 전당포에서 사람들을 착취하는 가치없는 노파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논리로 범죄를 저지르죠. 여기까지는 볼드모트와 라스콜리니코프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의 행보는 확연히 다르지만요 ㅎㅎ
볼드모트의 비밀을 알아낸 해리는 덤블도어로부터 자신과 볼드모트에 대한 예언에 관해서도 듣게 됩니다. 그에 따르면 해리는 볼드모트가 모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결국 그게 '그냥 사랑'이냐고 물어요.
79% You are still too young to understand how unusual you are, Harry.' ‘So, when the prophecy says that I’ll have “power the Dark Lord knows not”, it just means – love?’ asked Harry, feeling a little let down. ‘Yes – just love,’ said Dumbledore.
어.. 덤블도어에게 특별 수업을 받으면서 무언가 볼드모트를 물리칠 전설의 주문 같은 걸 배울 줄 알았는데.. 결국 그냥 사랑이었어요. 늘 그렇죠? 무언가 굉장한 비법이 있을 것 같은 수능 만점자의 비법은 교과서 충실히 공부하기였고, 확실하게 살이 빠질 수 있는 다이어트 비법은 적게 먹고 운동하기... 뭐 그런거죠 ㅎㅎ 가장 쉽고 간단한 진실이지만 사실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것.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예언에 대해 알게된 해리는 또 덤블도어에게 그러면 자신이 볼드모트를 물리쳐야 하냐고 물어요.
79% ‘Got to?’ said Dumbledore. ‘Of course you’ve got to! But not because of the prophecy! Because you, yourself, will never rest until you’ve tried!
거기에 대해 덤블도어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그건 예언 때문이 아니라 해리가 그렇게 하길 원하기 때문인거죠. 예언이 없었다면 해리는 그럼 다 잊어버리고 도망쳐서 쉬운 삶을 살았을까요?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하고, 시리우스를 죽게 하고, 또 그 밖의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볼드모트를 물리치지 않았을까요? 아니에요. 해리는 볼드모트와 싸울 거에요. 그건 예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해리 스스로가 그러길 원하기 때문이에요
It was, he thought, the difference between being dragged into the arena to face a battle to the death and walking into the arena with your head held high.
떠밀린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기.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부분이 나중에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덤블도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덤블도어의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82% Harry looked at him, startled; the idea that anything as normal as a wedding could still exist seemed incredible and yet wonderful.
덤블도어의 죽음 이후에는 세상이 멈출 것만 같았는데, 없어지면 아무 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세상은 돌아가고 삶은 계속됩니다. 새 생명은 태어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혼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상은 흘러가던 대로 흘러갑니다.
but in spite of everything, in spite of the dark and twisting path he saw stretching ahead for himself, in spite of the final meeting with Voldemort he knew must come, whether in a month, in a year, or in ten, he felt his heart lift at the thought that there was still one last golden day of peace left to enjoy with Ron and Hermione.
그리고 앞으로 크나큰 어려움이 닥쳐올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one last golen day of peace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됩니다. 어쩐지 우리 한민족 특유의 한의 정서 같기도 한 느낌이에요. 겪게 된 슬픔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지고, 일은 돌아가고, 세상은 흘러갑니다. 아픔까지도 돌아가는 순리의 하나로서 부정하지 않지만 거기 파묻히지 않고, 그렇게 함께 흘러갑니다. 억지로 타인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죽음을 피하려했던 볼드모트와 달리 해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의 순리로서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80% It is the unknown we fear when we look upon death and darkness, nothing more.’
이번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이었던 덤블도어의 말이에요. 어둠과 죽음을 볼 때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우리의 무지일 뿐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모른다고 피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우리의 삶을 가꿔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죽음은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 중 한 단계로서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게 아닐까요? 이 부분은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권, 다음 편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독후활동]
이번 편에서 슬러그혼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재능이 있어서 앞으로 출세할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출세한 유명한 사람들과 인맥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슬러그 클럽을 만들었어요. 여러분이 만약 자신만의 슬러그 클럽을 만든다면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나요?
내가 만든 슬러그 클럽 멤버, 어떤 사람을 데려올까? | |
이런 클럽을 만들었을 때 장점은? | |
이런 클럽이 있을 때 단점은? |
아이들과 함께 슬러그 클럽을 만들 계획을 세워보면서 이야기해보니 이것도 재밌었어요 ㅎㅎ 그러면서 이런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을 경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봤습니다. 음... 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세상에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면도 있지만 있을 수 있는 단점에 대해 잊지 않는 것,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되도록이면 아이들과 이야기 할 때 장점과 단점을 모두 함께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시리즈의 마지막편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할게요~